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
성소수자 마녀사냥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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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66번째 코로나19 확진자는 5월 2일 새벽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그날 저녁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이 환자를 포함해 접촉자 중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언론들이 66번째 확진자의 동선과 성적 지향에 관해 선정적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66번째 확진자의 성적 지향에 대한 추측과 클럽에 간 이유 등 방역과 상관 없는 개인의 신상 털기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시 클럽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면서 마치 무책임한 성소수자 집단이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클럽이라는 밀폐되고 부대끼는 공간 특성상 그곳이 게이 클럽이든 아니든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금 “게이” 클럽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소수자 집단을 비난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생활 방역”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무시한 채 방역 완화를 선택했다. 정부는 사실상 물리적 거리두기를 종료했고, 개학 일정을 발표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메시지를 줬다. 정부가 방역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고서 4월 말~5월 초 연휴 동안 서울 시내 번화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월 19일 시내 클럽과 룸살롱 등에 대해 집합 금지 명령을 해제하고, 그보다 약한 자제 권고를 내렸다. 그래서 이태원 클럽들도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집단 감염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마녀사냥
지금 코로나19 감염을 두고 성소수자 집단을 비난하고 편견을 부추기는 것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증상을 숨기거나 더 숨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이 이런 걱정 없이 치료를 잘 받고,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마녀사냥도 더 강해질 수 있다.
2월 말 정부는 방역 완화 메시지를 발표하고서 대구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벌어지자, 신천지 마녀사냥에 나섰었다.
신천지가 마녀사냥에 취약했던 이유는 주류 교단에 의해 배척당하고, 그 배척의 논리(‘이단’ 등)가 어쩐지 꺼림칙한 집단이라는 선입견을 낳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이용해서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불만을 신천지로 돌릴 수 있었고, 필요 이상의 동선 공개와 전자 팔찌 도입 등 권위주의적인 통제 방식을 도입했다.
본지는 ‘신천지’라는 이름은 언제든 다른 집단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갖 억측과 선입견에 시달리며 차별받아 온 성소수자 집단은 언론과 정부의 손쉬운 책임 전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마녀사냥은 중단돼야 한다. 성소수자들이 성적 지향이 드러날 두려움 없이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게끔 보장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