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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보호를 위해:
두산중공업 국유화하라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에서 노동자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월 31일 650명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최근에 추가로 100명이 명예퇴직을 하게 됐다. 사측은 400명에게는 휴업을 통보했다. 휴업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5월 21일부터 연말까지 월급의 70퍼센트만 받으며 직장을 쉬어야 한다.

사측은 더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5월 18일 열린 임단협 교섭 자리에서 사측은 채권단에 “1500명에 대한 고정비 절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구조조정 중단하라! 5월 13일 두산그룹 구조조정 저지 투쟁 대책위윈회 출범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은 “일자리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문재인의 말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두산중공업의 채권단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두산중공업에 무려 2조 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주식 시가 총액의 두 배가 넘는 돈이다.

이 돈은 사측의 경영권을 유지해 주고, 두산중공업에 돈을 빌려 준 채권자를 보호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사측은 이미 지원금 중 2200억 원을 자신들이 투자한 골프장의 부실을 해결하는 데 사용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자구책’이라는 이름으로 해고가 강요되고 있다.

구조조정은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두산 계열사로도 확산될 공산이 크다.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두산그룹은 자산과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두산타워, 두산 모트롤뿐 아니라, 두산 솔루스, 두산건설, 두산메카텍, 두산큐벡스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 더해 두산인프라코어도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위기의 원인

그러나 노동자들은 두산중공업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시작됐다. 두산건설은 대규모 미분양으로 위기에 빠졌는데, 두산중공업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두산건설에 1조 8000억 원 가까운 돈을 지원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의 사업 중 70~80퍼센트를 차지하는 화력발전 부문 수주가 감소하면서 위기가 심화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에서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부실 자회사에 막대한 돈을 지원하고, 기후 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 화력발전 사업을 고집한 경영진이 초래한 결과이다.

우파 언론들은 정부의 탈핵 정책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식으로 보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탈핵 공약에서 후퇴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진행했고, 두산중공업의 핵발전 관련 매출은 지난 몇 년간 증가했다.

물론 추가적인 핵발전소 건설이 중단되면 두산중공업은 타격을 받겠지만, 두산중공업 사업 비중의 15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핵발전 관련 수주 감소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다.

게다가 사측은 지난 10년간 1조 2000억 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6000억 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두산중공업의 주식 45퍼센트를 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이 가지고 있는 만큼 배당금의 상당 부분이 사주 일가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막대한 이윤을 누려 온 사주 일가가 이번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정부의 막대한 지원은 경영진과 채권단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 사주 일가의 재산은 몰수하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두산중공업은 국유화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IMF 위기로 민영화되기 전에는 국유기업(한국중공업)이었다. 정부가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막대한 돈을 보면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국유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한다며 40조 원에 이르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면서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금으로 조성한 돈을 기업주들의 경영권과 이윤 추구를 뒷받침하는 데 한정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노동자들을 위해 쓰이게 하려면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과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일자리와 환경 모두를 위한 대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해고를 규탄하며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다른 노조들과 함께 ‘두산그룹 구조조정 저지 투쟁 대책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그런데 두산중공업 노조는 핵발전소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시한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소 건설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노동자들이나 진보진영과의 연대를 가로막는 나쁜 효과를 낼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에서 봤듯이, 핵 발전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운동 단체들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일절 반대하고 있다. 15개 환경운동 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정리하고 재생에너지 기술로 전환”하는 상황에서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물론 기후 변화 저지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은 폐기돼야 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당장 해고 위기에 놓인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한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경영주가 시키는 대로 일한 노동자들이 석탄 화력 발전소 운영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에너지 전환의 고통을 떠안아서는 안 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고용 보장 정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도 화석연료에 기반해 이윤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의 이윤 논리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계급투쟁의 전진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한 투쟁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만약 광범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로 일자리 보장을 위한 국유화를 이룬다면 그 동력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라는 요구도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은 일자리를 위한 두산중공업 국유화 요구를 조건 없이 (즉, 당장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국유화한 기업에서 핵과 화력발전을 폐기하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하라는 요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