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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히잡 착용 금지와 인종 차별주의 《프랑스의 문화전쟁 ― 공화국과 이슬람》 박단│책세상

부시의 이라크 전쟁, 노무현 정부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억압 강화, 반제국주의 저항이 교차하는 오늘날 무슬림을 이해하는 것은 좌파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어떻게 증대했는지, 좌파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를 보여 준다.

2004년 3월 15일 프랑스에서 공립학교 교내에서 무슬림 여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종교적 상징물 착용 금지법’에 대한 좌파와 우파의 입장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집권 여당과 사회당은 그 법안에 찬성했다. 트로츠키주의 정당인 ‘노동자투쟁당’도 히잡이 “여성의 굴종”을 상징한다며 법안에 찬성했다.

저자는 이 논쟁에서 ‘공화국을 수호하자’며 좌파와 우파가 연합했던 공화주의 전통으로부터 좌파가 단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태도는 극우파인 국민전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다. 국민전선이 반무슬림 인종 차별 선동을 강화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여학생 세 명이 히잡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사건을 놓고 좌파는 공화주의적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했고, 그 때문에 국민전선의 반무슬림 선동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당시 국민전선은 무슬림 이민 반대를 ‘선명하게’ 외쳐 일부 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저자는 히잡 착용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알제리 여성을 해방한다며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이것은 알제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왜곡하고 말살하려는 것이었다.

알제리 여성들은 프랑스 식민주의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히잡을 착용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무슬림 소녀들이 그 사회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단지 부모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과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히잡 착용에 대한 좌파의 태도는,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 좌파가 무슬림 참가를 고무하는 방식으로 반전 운동을 대규모로 일으키지 못한 배경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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