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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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기아에서 역사적인 비정규직 파업으로 공장을 세웠다. 금속연맹 차원에서 벌어진 이번 파업에 정규직 노조도 참여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조직하지 못한 이유는 다소 씁쓸하다.
지난 8월 16일 쟁의 발생 결의를 위한 대의원대회에서 문구상의 문제로 시간이 지연돼 쟁의조정신청이 미뤄졌고, 이것이 정규직 노조가 26일 파업을 비정규직과 같이 못하는 이유가 됐다. 지도부 비판에만 집착해 공동 파업 일정에 대한 차질을 간과한 일부 활동가들도, 이런 상황을 이유로 공동 파업 일정을 미룬 지도부도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
26일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끝나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됐다. 6백여 명이 민주광장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하고 방송차를 선두로 조립라인을 순회했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빠진 라인은 자연스럽게 멈춰섰다.
기아화성노동해방선봉대는 이번 파업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정규직의 항의에 적절한 설명과 함께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행동을 펼쳤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선봉대는 사측의 도발이나 대체인력 투입, 사진 채증 등을 막기 위한 행동을 벌이며 파업 대오를 엄호했다.
간간히 비정규직 대오를 향해 박수를 쳐주는 정규직들도 있었다. 몇 차례의 대체인력 투입 시도가 있었으나 정규직 노조 간부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연대파업은 안 했지만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라는 지침을 현장에 내렸다. 회사도 정규직 노조의 입장을 알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공동 파업을 했다면 파업의 위력은 더 커지고, 연대감도 더 커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파업이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 선 파업으로 자신들의 힘을 경험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독자 투쟁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 파업은 분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선 것이지만, 정규직 노조의 대체인력 투입 저지 지침과 일부 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연대 행동이 없었다면 파업이 성사되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사기저하됐을 것이다.
이번 파업에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아직도 비정규직 투쟁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조직해서 투쟁의 대열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현대자본은 노조 간부 비리를 빌미로 조합원의 사기저하를 유도하며 실질적 교섭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은 ‘경제성장 걸림돌’ 운운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대중적 투쟁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교섭보다 투쟁에 중심을 두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