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크리스 하먼,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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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동시 불황의 성격이 1929년의 대공황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은 IMF의 특별금융심사를 받기로 했다. 세계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미국의 신경제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처럼 세계 동시 불황은 현실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경제 위기의 현상만을 쫓는 기사와 보도 일색이다. 그러나 정작 제2차세계대전 이후 네번째 겪는 세계 경제 동시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정부와 사장들이 신봉하던 '시장'이 풍요와 번영이 아닌 빈곤과 실업을 가져왔는가?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에서 경제 위기에 대한 많은 물음들에 친절하게 답한다.
체제의 팽창에 대해서만 떠들어대는 정통 경제학파들과는 달리 크리스 하먼은 자본주의의 동학을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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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때마다 허황된 담론들이 쏟아진다. 시장 체제의 놀라운 효험을 인정했던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은 불황의 발생 원인에 대해 별의별 괴상하고 신비주의적인 해석까지도 신봉했다.
19세기 '한계효용이론 경제학'의 시조 가운데 하나인 제본스는 불황의 책임을 태양의 흑점 탓으로 돌렸다. 1973∼1975년 위기 때는 세계의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거나, 혹은 새로운 빙하기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이 득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기순환 분석가 가운데 하나"인 윌리엄 휴스톤은 1990년대 초 위기를 '우주의 순환'이 낳은 경제적 재앙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불황에 대한 설명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모든 것을 투기와 투기꾼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투기와 투기꾼들은 어차피 일어나게 될 불황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진짜 원인은 이윤을 둘러싼 개별 자본가들간의 경쟁임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의 대안은 결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모델 찾기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처방은 주기적인 '과잉생산'이 낳는 파괴를 막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늘어가는 실업, 세계적인 직업 불안정, 가중되는 작업량, 더 낮은 생활 수준을 받아들이라는 주문일 뿐이다. 이것은 위기라는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 하먼은 경제 위기가 악화되는 것은 인간이 나약해서도 아니고 자연 재앙 탓도 아니라고 말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생산의 진정한 장벽은 자본 자체"다.
이 책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차례차례 무너뜨린다. 그리고 로자 룩셈부르크의 또렷한 표현으로 끝맺는다. 자본주의에서 선택은 "사회주의인가 아니면 야만주의인가" 둘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