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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 파업:
공단 측의 약점을 이용해 싸워 이기다!

충북 제천 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해고를 막아 냈다.

청풍리조트는 올해 3월과 4월에 각각 생활치료센터와 외국인 해외 입국자 임시 생활시설로 지정된 곳이다.

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100여 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청풍리조트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비정규직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사기극의 한 사례다.

청풍리조트는 2000년 설립 때부터 민간 위탁으로 운영됐다. 노동자들은 국민연금공단과 운영 회사가 5년 단위 위·수탁 계약을 맺을 때마다 새로 고용 계약을 해야 했다. 경력과 근속은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식음 관리 부문 일부 노동자들은 상시 지속 업무인데도 3개월 단위 계약직이다.

임금과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공단과 운영 회사는 2018년 식대와 연장 근무수당, 휴일 근무 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 기본급 외에 식비, 교통비, 상여금 등 어떤 수당도 없다.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리조트에는 230여 객실이 있지만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은 전혀 없다.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근무복을 갈아입어야 하고, 복도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올해 말 신규 운영 업체로 선정된 산하에이치엠은 선별적 신규 채용을 통보했다. 직원 30여 명을 해고하고 경력과 근속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운영회사와 노조의 문제라며 내내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운영업체 선정과 관리 감독 책임이 공단에 있다.

노조가 항의했는데도 12월 초에 공단과 산하에이치엠은 신규 채용 면접을 강행하려 했다.

12월 17일 파업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의 국민연금공단 본사 앞 집회 ⓒ전영봉

이때부터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조합원들은 면접 장소 로비를 점거했다. 조합원 74명은 면접과 입사지원서 제출에 단 한 명도 응하지 않았다.

산하에이치엠의 태도가 바뀌지 않자 노조는 투쟁을 확대했다. 12월 16일 민주연합노조 강원경북충북지역본부는 “확대 간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청풍리조트 로비에서 열었다.

신원휴 청풍리조트 지부장은 다음과 같이 결의를 밝혔다.

“이 회사에 근무한 지 11년 정도 됐다. 그동안 회사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해 본 적도 없었고, 민간위탁으로 5년마다 재계약될 때도 아무 소리도 못했다. 올해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본사가 있는 전주까지 가 봤다. [우리 투쟁을 응원하는] 현수막 걸려 있는 모습을 봤다. 가슴이 찡하고 속이 다 시원했다. 그동안 못했던 소리도 질러 봤다.”

이날, 청풍리조트가 12월 23일부터 코로나19 대응 중앙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국민연금공단과 산하에이치엠은 생활치료센터 준비와 운영 때문에 다급한 처지가 됐다.

노조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12월 말로 계획한 전면파업을 앞당기기로 했다.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결정이었다.

다음 날 노조는 바로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출근자 전체가 일손을 멈췄다. 급박한 결정임에도 전 조합원이 참가했다.

3~4차례 교섭에도 꿈쩍도 않고, 심지어 막말까지 서슴지 않던 산하에이치엠이 결국 먼저 교섭을 요청했다.

청풍리조트 노동자들은 투쟁과 파업으로 조합원 전원 고용승계를 따냈다. 5년 고용 보장도 동시에 약속 받았다. 만 60세 정년을 넘은 조합원 18명이 5년 동안 해고 불안 없이 일할 수 있게 됐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기간 동안의 노동자 처우에 대한 약속도 받아 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기간 동안 출근하지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평균임금 100퍼센트를 지급하고, 출근하는 노동자에게는 특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3, 4월에는 필수 인력이 아닌 지원팀과 비상 상근직으로 근무한 노동자들이 어떤 수당도 받지 못한 바 있다.

코로나로 인해 정부와 사측이 다급해 하는 상황에서 단호하게 투쟁해 성과를 낸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번 싸움을 “전초전”으로 여긴다. 임금과 처우 개선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무엇보다 5년마다 찾아오는 일자리 위협을 끝내려면 국민연금공단에게서 직접 고용을 쟁취하는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을 디딤돌 삼아 다음 투쟁에서도 승리하기를 바란다.

12월 16일 청풍리조트에서 진행한 결의대회 ⓒ전영봉
12월 16일 청풍리조트에서 진행한 결의대회 ⓒ전영봉
12월 16일 청풍리조트에서 진행한 결의대회 ⓒ안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