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 예스코 도시가스분회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 확산에도 점검 실적을 압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은 수수방관하는 고객센터, 도시가스 공급사를 규탄하기 위함이었다. 노동자들은 도시가스 요금과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서울시에 제대로 된 관리 감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시가스 안전 점검 노동자들은 세대를 돌며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노동자들이다. 6개월 동안 노동자 한 명이 3500~5500세대를 방문한다. 그런데 도시가스 안전 점검 업무를 위탁하는 고객센터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노동자들에게 점검률 달성을 요구하며 실적을 압박해 왔다.
12월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서울시는 공급사에 안전 점검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공급사는 고객센터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고객센터는 센터 간 실적 경쟁을 이유로 안전 점검 중지 기간 중에도 노동자들에게 방문 점검을 지시했다.
여기에 더해 공급사와 고객센터는 노동자들의 연차 미사용 수당을 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지급해 왔다.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조합원들은 실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임금이 깎이는 것이다. 감염 위험 속에서도 실적을 달성하려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안전 점검원을 “허위 점검”을 했다며 해고하기도 했다.
‘안전’을 점검하는 노동자들이지만, 정작 노동자들 자신의 안전은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 안전 점검 업무를 하려면 노동자들이 세대 내부에 방문해 부엌, 다용도실 등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고객과 접촉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개인 방역에 힘 쓰라”는 말뿐, 어떠한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세대에 직접 방문하고 나서야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가 사는 곳임을 알게 되는 일도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엉성한 방역 조처가 자신들을 “슈퍼 전파자로 만들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적 압박으로 인한 점검의 질도 문제다. 코로나19의 확산세에 따라 때때로 안전 점검이 중지되기 때문에, 실제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줄었다. 그런데도 실적 압박은 그대로이다 보니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
서울도시가스 김윤숙 분회장은 “인원은 부족하고 점검[해야 할] 세대는 턱없이 많은데 실적 압박이 변하지 않으면 [가스] 사고 위험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실적과 숫자에만 연연하는 고객센터와 공급사를 비판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업무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연말연시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하면서도 노동자와 서울 시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고객센터의 점검 압박은 제대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도시가스 사업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가 업무 중단을 형식적 조치가 아니라 공급사-고객센터 간 실적 제도 철폐, 고객센터 비용·임금 지원 등을 강제해서라도 실질적인 중단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와 공급사는 실적 압박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