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성은 왜 억압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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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여성들이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 학교 등 곳곳에서 억압과 차별을 받는다.
여성은 가정에서 아이와 환자, 노인 들을 돌보는 일을 대부분 떠맡고 있다. 여성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2퍼센트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마, 광고, 소설 등은 여성을 상투적인 이미지로 그릴 때가 많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집 밖에서 노동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은 주로 아내와 어머니로 그려진다.
그러나,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전형적인’ 가족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집 밖의 노동에 참가하고 있다. 노동인구의 41퍼센트가 여성이다. 그리고 여성 노동자는 대부분 기혼 여성이다.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태도는 더욱 독립적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결혼과 성, 출산에 대해 여성들이 보이는 태도 변화에서 잘 드러난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결혼이 더는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최고 16.9퍼센트를 넘지 않는다(통계청, 2002).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가 뚜렷하며,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한부모 가정과 독신도 늘어나고 있다. 출산율은 급감해 여성이 낳는 아이 수는 이제 평균 1명밖에 되지 않는다(1960년대에는 6명이었다).
오늘날 여성들은 임신과 양육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직장에서 장기간 근무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존중받으며 사회에서 더 능동적인 구실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이러한 여성들의 열망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오늘날 여성이 억압받는 근본적 이유는 여성들이 가정 안에서 하는 구실 때문이다. 여성들이 개별 가정에서 청소, 요리, 빨래, 육아 등을 하는 데서 억압이 비롯한다.
여성들이 개별 가정에서 무보수로 하는 이러한 일은 자본주의 체제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현재의 노동자들을 먹이고 돌봐 건강을 유지하는 일뿐 아니라 다음 세대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때까지 교육하고 사회화하고 기술을 가르치는 일 등을 하는 데서 가족의 구실은 중요하다.
이론상으로, 자본주의는 가족 없이도 유지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 필요한 노동력 재생산이 꼭 가족 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본주의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개별 가족에 떠넘기는 데 크게 의존한다.
여성이 개별 가족에서 청소, 요리, 빨래, 육아 등을 담당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서 여성의 지위를 이등 시민의 지위로 격하시킨다. 가족에서 여성이 하는 구실 때문에 여성의 본분이 개별 가족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관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집 밖의 노동에 참가할 때조차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각종 차별을 받는다. 차별 임금, 특정 직업이나 직책에서 여성 배제,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하는 ‘이중 부담’등은 오늘날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억압의 현실이다.
여성 차별주의자들은 흔히 생물학적 차이를 내세워 가정 내 불평등을 비롯한 각종 여성 억압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여성이 주로 아이를 키워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초기 인류 사회에서 아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 성원이 함께 키웠다. 하물며 과학 기술이 발전한 21세기에 여성만이 아이를 돌봐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선진국이나 우리 나라처럼 공업이 발전한 사회에서는 여성들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이 있다. 보육 시설, 유아 학교, 공공 식당, 공공 세탁소 등을 통해 가사와 양육을 사회가 책임질 수 있다.
문제는, 자본주의에서는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대규모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해방은 가사와 양육을 사회가 책임지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를 우선에 놓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서 가능하다.
착취와 억압이 아니라 연대와 우애가 특징이 되는 사회에서 여성은 존중받고, 사회에서 능동적 구실을 하도록 고무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