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학생들의 평양 ‘아리랑’ 공연 참가 - 체제 단속용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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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남한의 통일운동 단체들이 북한에서 진행되는 대집단체조공연 ‘아리랑’을 관람하러 약 20일 동안 하루 3백 명 꼴로 수천 명의 방북단을 조직하고 있다.
‘아리랑’ 공연은 지난 2002년 김일성 탄생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 정부가 주민 10만 명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조직한 공연이다. 올해 이 공연은 조선로동당 창당 60주년과 해방 60년을 맞아 다시 열리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이 공연이 북한의 사회주의적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구소련이 패망한 이유 중에 ‘혁명의 계승자들’인 젊은이들이 개인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을 방치했고 또 너무 편하게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북은 여기서 어쩌면 교훈을 찾고 이런 집단체조를 대대적으로 강조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리랑 공연은 북한의 사회주의는 끄덕없다는 암시를 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자주민보〉)
그러나 북한은 노동계급이 사회를 운영하는 진정한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도 없다. 북한 정권 수립 과정에서 노동계급 혁명은커녕 농민 반란조차 없었다. 북한은 조선로동당 관료와 군부가 평범한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도 구성원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아리랑’ 공연에서 엿볼 수 있다는 “집단주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억지로 화해시키려는 체제 단속용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마치 남한의 국익론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 공연은 김일성 우상화가 주된 내용이다. 2002년 공연 때의 명칭인 ‘첫 태양의 노래’는 바로 김일성을 상징했다.
올해 공연은 정치색을 줄이기 위해 명칭을 ‘아리랑’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어버이 사랑으로 강군을 키우신 대원수”, “아버지 장군님“ 등의 카드섹션은 여전히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지배자와 북한 주민들 사이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이번 공연에 북한 주민 3백만 명을 관람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체제가 끄덕없다는 암시이기는커녕, 오히려 북한 체제의 위기와 계급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암시일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진보 단체들이 북한 정권의 체제 단속용 공연을 보러 가는 데에 많은 역량과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가? 그보다는 남한에서 반전·반신자유주의·반정부 투쟁을 건설하는 데에 매진하는 것이 제국주의와 수구보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