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조례 무효판결 - 아이들의 건강보다 WTO가 더 중요한 한국 정부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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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대법원은 “급식에 필요한 식료품을 ‘우리 농산물’로 한정할 경우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도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WTO 규정에 위반된다며 전북급식조례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WTO 회원국들은 WTO 협정의 해석 권한을 WTO 각료회의와 이사회에만 부여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보다 다국적기업의 이윤을 위해 주요 WTO 협정의 직접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WTO 회원국인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28개 국은 예외 규정을 통해 학교 급식을 위한 식료품을 자국의 농산물로 조달하고 있어 대법원이 WTO 협정 위반을 이유로 학교급식조례를 무효화시킬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부터 아이들의 급식 환경 개선을 위해 “우리농산물 사용, 직영급식 전환, 무상급식 확대” 등 학교급식법 개정 및 조례제정 운동을 벌여왔다.
현재 결식아동은 24만 명에 달한다. 정부의 급식비 지원 대상은 초·중·고생 전체의 5.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시는 올해 1만 7천 명의 학생들을 급식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로 6천6백73명의 학생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굶기고 병들게 해왔던 지배자들이 WTO의 핵심 멤버인 몬산토나 카길 같은 다국적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이제는 급식 운동까지 방해하고 있다.
7백만 명의 아이들이 12년 이상 날마다 학교급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아이들에게 최상의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운동은 너무나 정당하다.
이미 주민발의를 통해 현재 15개 광역단체와 82개의 기초단체에서 학교급식조례가 제정됐다. 이들 조례는 대부분 급식에 ‘우리 농산물’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식품과 선통과 후검역 방식의 불투명한 검역 절차를 통해 들어온 수입 농산물의 문제 때문에 원산지 추적이 가능한 한국산 농산물을 공급하라는 요구는 공감할 만하다. 정부와 대법원은 WTO 협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 농산물’ 사용 요구를 막을 근거도 자격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농산물 지키기’보다 국내든 국외든 품질 좋은 농산물(식품 안전)을 무상급식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이 운동을 확대시키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 그것이야말로 WTO라는 국제기구에 맞서 나라별 저항이 아니라 국제 운동을 건설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