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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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이란 핵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사실, IAEA는 9월 초만 해도 이란이 협조적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EU 3국과 미국은 이란이 약속을 어겼다고 뜬금없이 공격했다.
지난 2년 간 ‘이란 핵 문제’는 EU 3국과 이란 간 회담 틀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애당초 이란이 핵 개발 카드를 꺼낸 것은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온갖 공갈 협박을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EU 3국과 이란으로만 구성된 회담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회담과 결렬이 반복됐다.
다른 한편, EU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공평한 중재자인 것도 아니다.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EU[독일과 프랑스가 양대 축인] 자신도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 중동의 세력 관계가 바뀌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최근에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직전 엄청난 갈등을 겪은 미국과의 ‘대서양 동맹’을 복구하기 위해 미국 입장에 동조해야 한다는 자본가들의 압력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란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 정도를 미리 점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상당히 심각한 분열이 부각될 수 있다.
따라서 EU 3국과 IAEA 총장 엘바라데이는 일단 협상 재개를 바라고 있다. 이란에서도 라프산자니 같은 ‘실용적 보수주의자들’과 자본가들은 EU와 협상하라고 아흐마디네자드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이란 응징론’이 부각되고 있다. 조지 W 부시는 10월 6일 연설에서 이란과 시리아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고,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대중 투쟁을 이란 탓으로 돌리려 한다.
일단 이것은 국내용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에게는 이라크 점령과 카트리나 재난과 연관돼 발생한 공화당 지도부의 위기와, 헤리엇 마이어스의 연방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 문제가 있다.
그의 연설은 우파 지지자들이 이반하는 것을 막고 반전 여론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부시의 이런 위협을 유념해 들어야 한다. 부시의 위기 돌파 전략이란 결국 또 다른 야만[어쩌면 확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가 이란과 시리아뿐 아니라 다른 ‘테러 집단’도 잡다하게 나열한 것을 보면 누구를 속죄양으로 삼을지 아직 결정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국주의의 앞날을 둘러싸고 지배자들 내, 그리고 정부 내 분열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그런 선택은 분열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