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화물 노동자가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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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이번 주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 겪은 상황을 공유합니다.
이맘때는 매실, 감자, 개복숭아 등 초여름 작물의 수확철입니다. 중간유통을 하는 화물업자들은 작은 농가들의 농산물은 피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까대기인 경우가 많다 보니 그렇죠. 그 덕에 저같이 어깨 튼튼한 작은 업자들은 그 틈을 노리고 몸을 담보로 반짝 호황을 누리곤 합니다.
농산물의 특성상 빠른 배송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는 우체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떠한 시스템으로 그리 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컴퓨터 송장 입력 자체가 거부되는 일이 왕왕 일어나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일부 우체국 접수 직원이 하는 말이 똑같았다고 합니다. “갸들 있잖아요 민주노총 갸들이 파업해서 현재 접수가 안되는 구만요.”
한철 수확하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농가의 불만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닐 듯합니다. 네이버 스토어 같은 곳의 입점업체들은 배송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판매자가 불이익을 몽땅 뒤집어 쓰는 구조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러한 불만을 토로하는 농민의 물건을 실으며 〈노동자 연대〉 신문의 택배노조 파업 지지 기사를 핵심만 요약해 말씀드렸습니다. “갸들 때문만은 아니구만. 암만 약속했으면 지켜야제”라는 한 분의 반응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약속
인상 좋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주신 분이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기사 양반 내 아는 집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데 가는 길에 서울에 가져다 주면 아들이 배달한다고 하니 부탁 좀 합시다.”
“아, 뭐, 그러시죠.”
10여 개 되는 박스는 읍내 우체국 근처에 이미 가져다 놓았고 싣기만 하면 되는 거였죠. 싣는 와중에 작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노조 조끼를 입은 젊은 분이 나타나 작업을 제지하셨습니다.
“아저씨 어디 분이세요? 화물차로 택배 하시면 불법인 거 아시죠? 신고하겠습니다.”
가끔 내가 하는 행동이나 일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확신도 들지 않아 급히 사과를 했죠. 습관처럼 사과하고 미안하다는 말이 어렵지 않은 것은 나이가 주는 선물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결국 화주가 나서 감정 싸움이 났죠. 말리는 와중에 드잡이도 당하고 저도 사람인지라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가 한 차례 더 사과해야 했죠.
“저도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그런데 여기 사장님이 부탁도 하셨고 저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런 거니 이해해 주시죠. 미안합니다.”
이해 못하는 눈치였지만 어찌어찌 상황은 일단락되고 담배 한 대 태우며 다음에 상경하시거나 지역 투쟁이 있으면 연대 오겠다고 공수표를 날렸죠.
화주 분이 욕보셨다 밥먹고 가시라 하여 식당으로 갔고 마침 저의 힐링푸드인 시락국(시레기국)을 주셔서 감사히 먹다 드잡이 당한 목주변이 아파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죠. “사장님 여기 제육볶음도 하나 추가해 주세요”
조금 생생히 전하려다 보니 장황해졌지만 이번처럼 큰 파업이 벌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고, 고민해 봄 직한 상황이라 여겨 공유했습니다.
택배노조의 파업과 투쟁을 지지합니다! 본의 아니게 대체인력이 된 느낌이 들어 씁쓸했지만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