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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결렬될 위기에 놓인 WTO 회담

자크 차이는 급진 반자본주의 NGO '남반구 초점'의 활동가이다


2003년 칸쿤 각료회담이 실패한 핵심적 이유는 북반구 국가가 농업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농업보조금 삭감에 굉장히 인색했고, 그래서 브라질과 인도 등 소위 G20 국가들이 반발했던 것이죠.

이번 홍콩 WTO 각료회담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습니다. 먼저 유럽연합은 당시에 비해 농업 부문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G20과 갈등은 여전합니다.

지금 회담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미국과 유럽연합은 공동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이 때쯤 농업 등에서 합의에 도달하곤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유럽연합이 당시의 유럽연합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럽연합의 핵심국가인 프랑스는 지난 5월 유럽헌법 부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정부가 자유무역 정책을 펼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이 내놓은 농업수입관세와 농업수출보조금 삭감안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주 동안 WTO 관계자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WTO 사무총장 파스칼 라미는 원래 세부 원칙(모달리티) 중 75퍼센트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난 주에는 이것을 50퍼센트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홍콩 WTO 회담이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저들은 2006년 말까지 도하협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번에 최소한의 합의라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농업 외에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은 GATS[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협상에서는 아주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개도국들에게 물, 교통 등 자국의 공공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라고 강하게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적극 가담하고 있습니다.

NAMA[비농산물 시장접근] 협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농산물을 제외한 모든 공산품을 포괄합니다.

설사 농업 협상이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이런 분야들에서 ‘진전’을 부각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진전’은 모두 개발도상국 빈민들의 생활수준을 더 한층 하락시킬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 시민사회 진영은 홍콩 WTO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이에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 개입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회담이 결렬된다면 단지 WTO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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