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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화물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
뼈 빠지게 일하는데 돌아오는 건 온갖 비용 전가

화주와 운송사의 닦달 속에 위험한 노동조건에 내몰리는 화물 노동자 ⓒ출처 화물연대

나는 얼마 전부터 화물 노동자로 일하면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었다.

시간에 맞춰 화물을 운반해야 하기에 쉬지 않고 달렸다. 새벽 휴게소에 가면 화물차들이 가득 주차된 모습을 항상 봤고, ‘왜 화물 노동자들은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지 못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불편한 차 안에서 자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자도 피곤함 속에서 사는 것 같았다.

화물 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노동자라서 정해진 월급을 받지 않고 운임을 받는다. 운행 거리에 따라 운임이 정해지고 멀리 가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장거리 위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주 6일을 일하고 하루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 때문에 화물차들의 졸음 운전과 사고가 많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전국 교통사고 사망이 연평균 8퍼센트 감소했지만 화물차 사망 사고는 연평균 4.8퍼센트만 감소했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졸음과 주의 태만이었다.

이런 일의 책임은 화물 노동자가 아니라 화주와 운송사에 있다. 화주는 화물을 운송사에 맡기고, 다시 운송사가 화물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배분한다. 화주는 노동자들에게 수시로 전화해서 언제 도착하느냐고 다그치며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그래서 화물 노동자들은 스쿨존 같은 속도 제한 구역에서도 속도를 줄이기가 어렵다. 막상 빠르게 하차지에 가면 짐을 내리려고 기다리는 화물차들이 많아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운송사는 어떻게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려고 한다. 화물 노동자들의 위험한 질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운송사와 화주들이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너무 부족하다. 올해 초 정부는 2시간 연속 운전시 15분 이상 휴식하도록 화물법을 개정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휴게소에서 쉬면 음식을 구입할 수 있는 휴식 마일리지를 지급한다는 유인책도 내놨다. 그러나 이윤을 위한 사용자들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잘 지켜질 리 없다.

그러자 지난 10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 방침을 어기다 적발되면 운송사와 화물 노동자에게 각각 180만 원, 6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화주에 대한 처벌은 쏙 빠진데다 운송사에게 이 정도 벌금은 큰 부담이 될 수 없다. 결국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책임 전가

화물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짐을 내리고 싣는 장소가 경사진 곳이 있는데, 잘못하면 물건이 쏟아져 나와 화물 노동자가 다칠 수 있다. 지난 6월 300킬로그램 파지 더미에 한 화물 노동자가 깔려 숨졌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떤 안전 장치도 없이 오로지 노동자가 알아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밖에 없다.

또, 화물차를 운행하다가 파손이 생기면 오롯이 화물 노동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라는 점을 이용해 사용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비용을 절감한다.

결국 화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싸울 때만이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최근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전 차종·품목에 대한 안전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다. 화물연대 투쟁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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