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화물 노동자,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싸워 성과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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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차 등 합의 이행, 해고·손배 철회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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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화물 노동자들이 한 달 넘는 파업 투쟁으로 성과를 냈다.
10월 20일 SPC와 계약을 맺은 운송사 대표와 화물연대가 합의를 체결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광주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 철회(원직 복직), 손해배상 공제액 지급, 사업장별 현안(합의 번복) 해결,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이 담겼다. 파업의 발단이 된 광주 증차(인력 충원)과 관련해선 본사 개입 없이 해당 운수사와 노조가 25일까지 노선 조정을 합의하기로 했다.
협상이 타결되기 전날 밤 진행된 파업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5퍼센트가량의 지지로 이 안이 가결됐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요구가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어려운 조건에서 성과를 내서 기쁘다”며 대체로 만족스러워 했다.
다만, “SPC 본사를 합의 주체로 끌어내진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 증차에 따른 노선 조정 등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이번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혹독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한 달 넘게 굳건히 투쟁한 결과다(전국 파업 35일, 광주 파업 48일).
SPC 화물 파업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경찰의 경호를 등에 업은 사측은 해고·손해배상을 협박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경찰은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노동자 120여 명이 연행되고 1명이 구속되고(최근 석방됐다)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주류 언론의 왜곡·비난도 거셌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굴복하지 않고 주요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대체수송을 저지시키기 위해 투쟁했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며 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호응해 화물연대 조합원 수백 명이 투쟁을 지원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동자들을 방어하는 탄원서에 9000여 명이 서명하고, 화물연대·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등도 이어졌다. 비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상급단체의 연대가 충분하지는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노동자들이 저항을 지속하면서, SPC그룹의 위생 관리와 노조 탄압 문제 등도 속속 폭로됐다. 여기에는 SPC그룹 산하의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 즉 화섬연맹 파리바게뜨지회, 던킨도너츠비알코리아지회 등의 구실도 주효했다.
가령, SPC 던킨도너츠에서는 내부 고발자에 의해 생산 과정에서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사측은 “영상 조작” 운운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식품안전처의 현장 점검에서도 문제가 재확인됐다. SPC 계열사 곳곳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승진 차별, 노조 탈퇴 압박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SPC 사측은 대외적으로는 자신들과 관계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 가동”, “ESG 경영(친환경 사회적 공헌) 전격 도입”, “가맹점 피해 지원”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국내외에서 사업 분야를 넓혀 가고 있는 식품기업으로서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고 SPC의 노조탄압, 위생관리 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사용자 측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강경하던 사측이 한 발 물러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이유다.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이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SPC 성남·평택지회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싸워 본 첫 파업이었는데,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사측이 또 우리를 공격하려 할 겁니다. 이번 투쟁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PC 광주지회 노동자도 말했다.
“SPC는 이번 기회에 화물연대를 꺾으려고 했지만, 우리 동지들이 끈질기게 싸워 막아 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그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숙제가 있지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SPC 화물 투쟁은 정부의 거센 탄압에도 노동자들이 저항에 나서 용기있게 투쟁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