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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

잇따른 농민 자살은 지난 10년 동안 차곡차곡 쌓여 온 분노와 절망의 표현이다. 작년 청송 지역에서 농가부채 문제로 5개월 동안 30여 명이 목을 매거나 음독 자살했다.

UR 협상이 끝나고 WTO의 방침에 따라 한국은 2004년까지 관세와 보조금을 계속 줄여 왔다. 그 사이 농가부채는 네 배로 늘었다. 해마다 10만 명의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고 있다.

날품팔이와 공사판 노동으로 생계 유지비를 벌충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쌀 협상 과정 자체도 철저하게 비민주적이었다. 외통부는 앵무새처럼 “공개 불가”만을 반복했다.

한편, “나도 농민의 아들입니다. 농업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고 말했던 노무현은 대다수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농업 구조조정 계획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는 6헥타르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는 전업농 7만 가구를 육성해서 농업의 규모화와 고품질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6헥타르는커녕 3헥타르 이상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 전체의 6.3퍼센트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죽으라는 것이다.

노무현은 WTO의 농업 보조금 축소 규정(감축대상 보조금)에 따라야 한다면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농민 보조 제도인 추곡수매제마저 폐지했다.

1990년대에 WTO 체제가 출범하자 개방농정이 본격화했다. 곡물 가격이 떨어지자 농민들한테 축산·채소·과수·특용작물 등의 여러 분야로 소득을 다각화·복합화하도록 했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언제는 논밭을 과수원으로 전환시키는 보조금을 줘놓고는, 조금 지나면 과일을 수입하면서 다시 약간의 보조금을 줘 과일나무를 자르게 했다.

김대중 정부가 발표한 2001년 신농업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농정 정책의 완결판이었다. 이윤 경쟁에 밀린다는 이유로 농지를 싸게 기업한테 넘기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WTO는 농민 파산을 부채질하는 농업 보조금 감축과 시장 규제 철폐 조치들을 강조해 왔다. WTO의 ‘제3국 원조 금지 규정’은 수입쌀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지원하라는 전농의 요구를 노무현 정부가 거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에서는 과잉 생산된 농산물이 넘쳐나고, 전 세계에서는 해마다 3천6백만 명이 기아로 죽어간다.

세계 제2위의 곡물 수입국인 한국은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드는데도 해마다 늘어날 의무수입량 때문에 곡물 창고에는 쌀이 넘쳐 난다. 농민들은 쌀을 생산할수록 더 가난해지는데도 결식아동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불합리와 비효율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