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특고 노동자에게 온전한 산재보험 적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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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시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본회의를 남겨 둔 상황인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이라 통과가 예상된다.
특고 노동자들은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서 산재보험에서도 차별받아 왔다. 특고 노동자 중 15개 직종만, 그마저도 하나의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 원 또는 93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전속성 기준을 충족해야 산재보험에 가입된다. 여러 사업장에서 일감을 받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은 이유다. 예컨대, 이 전속성 기준 때문에 대리운전 노동자 20만 명 중 겨우 4명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2020년 기준).
이번 전속성 폐지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한 것은 그간 특고 노동자들의 지난한 요구와 투쟁의 결과다. 특히 최근 산재 사망이 늘어난 배달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해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전속성이 폐지되더라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 노동자는 15개 직종뿐으로 제한적이다. 221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고 노동자 중 100만 명 정도만 포괄해 절반가량은 여전히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게다가 특고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노무제공자’라는 별도의 분류를 둬 권리에서 차별을 두고 있다는 것도 여전한 문제다.
이번 법안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로 규정하면서 산재보험료를 노사 절반씩 부담케 한 것을 개선하지 않았다. 이는 산재보험료를 사용자가 모두 부담하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차별이다.
그간 국힘이나 민주당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을 더 유연하게 재편하되, 너무 불안정한 특고나 플랫폼 노동 일부에는 약간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방향을 추진해 왔다. 그런 관점에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적용도 약간씩 확대돼 왔다.
그러나 이들은 최대한 기업 부담은 주지 않고, 무엇보다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고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 먹고살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들의 통제를 받는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영업자로 ‘위장’된 처지가 특고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조건에 놓이게 만든다.
모든 특고 노동자가 온전히 산재보험을 적용받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