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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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도 서방 정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어떤 조건으로 언제 협상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진군하고 있다. 푸틴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 도시들을 장악하고 해상을 차단시킬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가 독자 생존이 가능한 국가로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이런 암울한 시나리오는 분명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전쟁 프로파간다가 난무하고 있음을 감안해도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편 다 인명·무기·공장설비·사회기반시설 등의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매일 100명씩 죽는다고 말했다. 전사자 수를 부풀렸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젤렌스키는 무기 제공 속도를 높이라고 서방 정부들에 촉구하는 수단으로 전사자 수를 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특히 사정거리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다연장로켓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의 반격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까 봐 우려해 제공을 거부했다.
그 대신에 바이든 정부가 타협책으로 내놓은 게 사정거리 70∼80킬로미터 중거리 유도 다연장로켓
그러자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로켓 무기를 공급하면 새로운 타격 목표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6월 5일 러시아군은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키예프
러시아군의 손실도 막대하다. 러시아는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서방의 제재 때문에 러시아가 무기를 보강하는 데 애로가 있다.
“러시아는 현재 반도체가 부족해 식기세척기와 냉동차에서 컴퓨터 칩을 빼 군사 장비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전투에서 약 1000대의 탱크를 잃었고, 러시아 탱크 제조업체 두 곳이 부품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군사·경제 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혀 대칭적이지 않다. 2020년 러시아 국내총생산
따라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패배할 게 뻔하다. 그러나 서방의 지원에는 딜레마가 있다.
먼저, 서방 지배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재앙적인 세계 대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바이든은 5월 31일
물론 그렇더라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와 벌이는 대리전에서 물러설 생각은 결코 없다.
또 다른 딜레마는 서방의 경제 위기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양날의 칼이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지만, 동시에 유럽연합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과 프랑스는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6월 4일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프랑스가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밝혔다.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 그래야 싸움이 멈춘 날 외교적 수단으로 출구를 만들 수 있다.”
이 말이 솔직하게 뜻하는 바는, 돈바스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체의 ‘독립’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는 “그런 말은 굴욕적”이라고 발끈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런 타협 압력에 반발하며 확전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확전이 핵 재앙의 위험에 더 가까워지게 할지라도 개의치 않는다.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반전 운동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기 제공 요청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