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중 간 경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세계화는 어떻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초래했는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 노선을 중심으로 이를 설명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오바마 시기에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을 표방하면서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 더 중요한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는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고 유럽·중동 쪽 개입을 꺼렸고 그 결과, 러시아가 세력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바마 시기에 미국이 유럽·중동에서 보인 지위 하락(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을 직접적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트럼프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미중 간 경제적 경쟁이 빠르게 군사적 경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진술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바마 시기로까지 확장해서 보면, 미중 간 군사적 경쟁(특히 남중국해를 둘러싼)은 트럼프의 무역전쟁보다 먼저 시작됐고, 트럼프의 중국 제재, 특히 ‘중국제조2025’를 겨냥한 제재는 미중 간 군사적 경쟁의 경제적 형태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을 매개하는 이런 요소들을 많이 생략하는 탓에 미국-유럽 vs. 중국-러시아 구도를 실제보다 더 견고하게 그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호에 실린 조셉 추나라 기사에서도 지적하듯이 “미국과 예컨대 프랑스·독일 같은 국가들 사이에 중국에 얼마나 적대적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상당한 긴장이 있”습니다. 중국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편드는 문제에서 여전히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가 저마다 독자적으로 개입하는 다자 구도가 오히려 과거의 냉전보다 더 위험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극단적인 긴장 상황에서 미소 최고 지도부는 둘만의 ‘소통’으로 단번에 갈등을 가라앉힐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다자 구도에서는 지배자들이 전쟁을 원치 않아도 전쟁을 막는 일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기대어 전쟁을 막겠다는 일부 좌파들의 생각이 헛되다는 이 글의 핵심 주장에, 그런 점에서 저도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