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기극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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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서울대조사위의 발표로 2005년 줄기세포 논문뿐 아니라 2004년 논문까지 거짓으로 밝혀졌다. ‘복제소‘ 영롱이는 체세포를 제공했다던 소가 죽어 서울대조사위의 조사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영롱이로 주목을 받아 ‘스타 과학자’가 된 1999년부터 2004∼2005년 줄기세포 논문까지 황우석의 거의 모든 연구 결과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황우석은 보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2천여 개의 난자를 사용했고, 여성들 중 상당수에게 돈을 지급한 것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황우석팀이 직접 돈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연구원에게 “[난자 제공을] 왜 안 하느냐”고 호통을 쳐 강제로 난자채취 수술을 받게 해놓고도, 기자회견에서는 연구원의 난자 기증을 극구 말렸고 돈을 주고 난자를 샀는지 몰랐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황우석은 “논문 공저자 가운데 누군가에 의해 원천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항간에 떠도는 ‘황우석 죽이기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여전히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천막을 치고서라도 재연”해 보이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는 무균실에서도 못 막은 ‘곰팡이’를 천막에서는 어떻게 막을 건지는 말하지 않는다.
논문 조작이 드러난 과학자들의 ‘재연 기회’ 요구는 세계 과학계에서 흔히 있었던 수법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럼 조작임이 명백한 상태에서 기회를 준 사례는 없다.
황우석 사태의 조건을 만들고 이를 사실상 조장한 노무현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책임을 황우석에게만 떠넘기며 발뺌하고 있다.
노무현은 “책임도 과학적으로 물어야겠다”며 “책임 없이 주변에만 있었던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는 일 없도록 대통령으로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황금박쥐‘ “주변에만 있었던” 노무현을 가리키는 말인지, 하루 24시간 내내 황우석을 경호하다가 사건이 터지자 〈PD수첩〉의 메일을 훔쳐보고 YTN 기자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5만 달러를 건네준 국정원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번 사태가 단순히 노무현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이윤과 국익의 신화에 열광하는 이 사회의 주류 정치인·언론들이 과학을 왜곡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분명히 드러난 진실조차 감추려고 함을 분명히 보여 줬다.
YTN은 표완수 사장이 직접 나서서 “황우석을 보호해야 한다”며 영롱이 검증에서 ‘판독 불가’로 나온 결과는 보도도 하지 않았다. 기자를 “청부 취재” 보내고 돈 배달도 시키면서 〈PD수첩〉의 인터뷰는 보도윤리 위반이라며 난리를 쳤다.
게다가 ‘벌거벗은 임금님’을 벌거벗었다고 말도 못하던 자들이 이제 와서 황우석 탓만 하고,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는 꼴은 정말 역겹다.
“황우석 교수 옆에 정부는 없었다”며 정부의 지원 부족을 비난하던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초기부터 황우석을 전폭 지원”했다며 아무런 반성도 없이 정반대 입장에서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해 비웃음을 샀다.
한나라당 대변인 이계진은 “과학기술 부총리가 바보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손학규, 박근혜, 이명박 등도 ‘바보’였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이해찬, 정동영 등 열우당 대선 주자들과,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선정돼 줄기세포 연구 관련부처 중 하나인 보건복지부에 장관으로 임명된 유시민의 추태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들뿐 아니라 주류 정당의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 대다수가 “황우석 마케팅”에 나서며 자신이야말로 황우석에 대한 진정한 후원자임을 입증해 보이려고 혈안이 됐었다.
황우석 사건은 과학 연구의 우선순위가 대중의 필요와 민주적 토론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기업 이윤과 국가간 경쟁에 종속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 진실을 은폐하는 커다란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대다수 사람들이 과학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우선순위를 통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진정으로 사회 진보에 공헌하는 과학, 즉 ‘해방된 과학’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