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치 위기와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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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이스라엘 주류 정치 ― 또한 샤론이 이끌어 온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로드맵 ― 의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
현재의 불안정은 꽤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이스라엘 주류 정치의 위기라는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스라엘 주요 정당들의 인기는 형편없다. 샤론의 개인적 카리스마가 그다지도 중요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샤론이 만든 리쿠드당은 이스라엘 노동자 대중의 점증하는 반발에 직면해 왔다. 팔레스타인과의 끝날 줄 모르는 전쟁에 막대한 돈을 써 온 반면 사회복지 지출은 거듭 삭감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12월에 연립정부에 참가한 노동당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노동당의 인기 역시 더욱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노동당 당수였던 시몬 페레스
다른 한편, 지난해 9월 샤론이 가자지구에서 “일방적 철수”를 추진한 뒤 리쿠드당의 일부 당원들과 우파 정착민들, 그리고 종교 정당들의 반발 역시 증대해 왔다. 이들은 샤론이 “신을 배반했다”고 비난한다.
페레츠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한 노동당이 급기야 연립정부에서 이탈하자 더는 기존 질서를 고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샤론이 리쿠드당을 떠나 새로운 당
이스라엘의 저명한 평화운동가인 우리 아브네리
현재 상황에서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전망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일부 언론 보도는 카디마당이 샤론 없이 선거를 치른다 해도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카디마당 지지자의 다수가 그들이 전에 지지했던 정당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리쿠드당이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다. 1월 25일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선거의 결과도 이스라엘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다만, 노동당이 노동자 대중에 대한 리쿠드당의 공격이 낳은 환멸을 잘 이용한다면 상당히 선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페레츠는 사회복지 문제와 팔레스타인과의 전쟁 문제를 연결시키고 있고, 이 때문에 좌파의 상당수가 그가 이끄는 노동당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의 선전이 곧 팔레스타인들이 원하는 종류의 독립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페레츠는 전임 페레스와는 달리 노동당의 ‘리쿠드당 2중대’ 노릇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가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페레츠는 예루살렘 동쪽의 점령 지역에 위치한 마알레 아두밈이라는 유대인 정착촌에 3백50개의 주택 단지를 추가 건설하는 계획을 지지했다. 이것은 우파에게 던지는 일종의 추파였다. 그는 또 자신이 “단일한 예루살렘을 언제나 지지하고
지금 리쿠드당 잔류 세력을 이끌고 있는 네탄야후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세를 더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샤론이 이제껏 해 온 악행에 더해, 이스라엘의 억압과 폭력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증오, 분노, 광범한 급진화가 더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 달 25일에 있을 예정인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급진 저항단체인 하마스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서 때문이다. 그리고 마찬가지 이유로 샤론과 협상에 연연하며 저항운동을 단속해 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 는 점점 더 통제력을 잃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거리에서는 연일 일자리와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 위기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 강화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제3차 인티파다로 가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이라크 수렁에 빠진 부시에게 또 다른 재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