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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합법화를 옹호하는 주장

검찰이 잇따른 스캔들로 심각한 위기 상태에 놓이자 ‘도덕적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인기 가수 싸이와 탤런트 황수정 씨가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검찰의 위기 탈출을 위한 속죄양이 됐다. 신문과 TV 들은 매우 선정적으로 마약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때문에 마약 문제는 무지와 센세이셔널리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약은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상품이다. 유엔은 〈세계 마약 보고서〉를 통해 세계 마약 거래가 대략 국제 무역의 8퍼센트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1986~1996년 동안 코카 잎 생산은 두 배 늘었고 아편 생산은 세 배 증가했다. 다른 상품들과 꼭 마찬가지로 마약 생산 또한 이윤에 따라 결정된다. 마약은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복용한다. 볼리비아와 페루 같은 나라의 경제는 코카인 수출에 의존한다.

각국 정부는 마약이 건강을 해치거나 범죄의 원인이 된다며 마약 복용자들을 공격한다. 검찰은 올해 들어서만 지난 10월까지 8천1백77명의 ‘마약류 사범’을 단속했다. 그러나 마약의 위험성은 명백히 과장돼 있다. 1980~1994년에 영국에서 흥분제와 암페타민(중추 신경을 자극하는 각성제) 복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91명이고, 39명이 MDMA/MDA(엑스터시 : 흔히 ‘도리도리’라고 부르는 정제형의 암페타민계 유기 화학 물질)로 사망했다. 그래서 1996년 영국 내무부는 마약 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알콜, 담배, 마취제, 최음제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라고 인정했다. 영국에서는 담배 흡연으로 한 해에 10만 명이 넘게 죽는다. 반면에, 대마초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로 대마초는 몇 가지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발성 경화증·간질·녹내장·식욕부진·천식·진통제·화학 항암 치료제로 인한 구토 증세 등의 치료에 대마초가 이용된다. 그런데 검찰이 올해 단속한 ‘마약류 사범’ 가운데 대마초 관련자가 1천1백64명(14.2퍼센트)이나 된다. 담배는 마약과 달리 합법적이지만 사람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1990~1991년 동안 세계적으로 2천1백만 명이 담배 흡연으로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늘날 담배 흡연으로 중년이 되기 전에 사망하는 청소년들이 1백만 명이 넘는다. 궐련(종이로 만) 담배는 담배 가운데서도 가장 치명적이다. 담배는 폐암·심장 질환·기관지염·폐질환 등을 유발한다. 담배가 위험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1954년까지는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다. 거대 다국적 기업들, 독점 기업체 그리고 담배 세금에 의존하는 정부들이 이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술도 담배처럼 치명적이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알콜 중독으로 3만 3천 명이 사망한다. 지배자들은 흔히 마약이 범죄를 낳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범죄는 알콜과 더 많이 관련돼 있다. 1989년에 영국 의사협회는 살인 범죄의 60-70퍼센트, 가정 폭력의 50퍼센트가 알콜과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술과 담배 산업은 세계에서 이윤이 가장 많이 남는 산업들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1억 명이 담배를 피우며, 1억 명이 담배 산업에 의존해 살아 간다. 두 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벌인다. 여성과 젊은이들이 주요 대상이다. 이들 기업들은 또 중국·브라질·캄보디아 같은 개발도상국들로 시장을 확대했다. 서방 은행들은 제3세계 채무국들에 식용 작물 대신 담배 같은 현금 작물을 재배하도록 강요했다. 담배와 주류 회사들은 각국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하며 기성 정당들에 많은 정치 자금을 제공한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마약과 달리 이들 산업을 단속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마약을 복용하는가?

지배자들은 사람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진정한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마약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그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다”(〈중앙일보〉 11월 17일치)는 황당한 소리나 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실업과 가난 같은 쓰라린 고통의 원천을 만들어 낸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짐짝 취급하고 스트레스와 고통과 비참함을 강요한다. 이 체제는 야비한 경쟁과 파괴적인 이기심과 따분함을 낳는다. 창조적 관심과 호기심은 점차 사라지고 일주일 내내 무료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창조적인 에너지는 억제당하고 인간 관계는 뒤틀려 버린다. 노동은 흔히 무의미한 고역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직업과 돈이 없다면 삶은 무가치한 것이 된다.

날마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과 우리가 만든 생산물을 빼앗아가고 그 과정에서 이윤 체제와 착취는 우리의 삶을 앗아간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좀더 긴 여가 시간을 원하고 될수록 노동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그 자신의 인간성으로부터 소외시킨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을 팔도록 강요하고 그리하여 노동은 그의 본질적 존재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동은 타인의 것이며 자아의 상실이다.”라고 말했다. 삶을 한정된 시간 속에 우겨넣어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좀더 강렬한 경험을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초는 기분 전환을 돕고 필로폰(히로뽕)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담배는 암을 유발할지라도 적어도 몇 초 동안 기분을 달래 준다. 아마 가족 배경이 별 볼일 없거나 부모가 실업자인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본드나 가스를 흡입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파라과이에서는 거리의 아이들 가운데 80-85퍼센트가 현실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기 위해 마약을 복용한다. 일시적인 행복이나 스트레스 해소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됐다. 그러나 고통은 이내 다시 시작되고 가족들과 그 고통을 함께 나누거나 가장 나쁜 경우에는 혼자 짊어져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화학 성분의 진통제는 의미를 상실한 삶에 마치 어떤 변화를 주는 양 보인다. 그 때문에 단지 실업자만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도 마약을 복용한다. 또, 행복한 순간을 꽉 움켜 쥐거나 삶을 극복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마약을 복용한다.

왜 마약 합법화를 옹호해야 하는가?

마약이 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는 마약 복용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 동시에, 자본가들이 타인의 비참함을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려 하는 것에도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대마초나 필로폰 광고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담배의 악영향을 교육하는 지면보다 담배 광고 지면이 30배나 많은 현실이 바뀌기를 원한다. 마약은 합법화돼야 한다. 그리하여 (마치 술이나 담배처럼) 마약들의 순도, 품질, 위험성을 알게 된다면 마약 복용은 좀더 안전해질 터이고 해마다 죽는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엑스터시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은 저질 엑스터시를 복용했거나 탈수증 때문에 사망했다. 불법이다 보니 엑스터시는 대체로 나이트 클럽들에서 거래된다. 엑스터시를 복용하게 되면 엄청난 갈증을 느끼는데, 악덕 나이트 클럽 주인들이 고객들에게 값비싼 생수를 팔기 위해 나이트 클럽 화장실의 수돗물을 잠그곤 한다. 이 때문에 엑스터시 복용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나이트 클럽에 마약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다면 훨씬 안전하게 마약을 복용할 수 있다. 마약이 합법화돼 있는 네덜란드의 많은 클럽들은 이런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 우익들이 이런 시설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말이다. 마약을 범죄시하는 것은 법이나 때로 의사들에 의해 중독자로 규정된 사람들을 법적으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처벌하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복용자들은 질이 떨어지는 마약을 복용하게 되고 그 때문에 위험성이 더 커진다. 또, 마약 복용자들이 범죄 조직과 경찰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 십상이다. 마약의 불법화는 마약의 위험성을 조사하고 솔직하게 토론하고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대마초 같은 마약의 의학적 이용을 방해한다. 마약은 합법화돼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약 자본가들은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코카, 아편, 담배를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돈을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우리는 안전한 마약 사용법을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도 마약의 효과와 쾌감과 위험성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궁극으로, 마약 복용이 필요 없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회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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