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점령 3년“지금보다 나빴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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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군이 점령하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그 끔찍했던 UN 경제제재나 후세인의 독재 정권 시절이 차라리 더 나았다고 말한다.
이라크의 대부분 지역이 2003년 3월 미국의 침략 전보다 전기를 더 적게 공급받고 있다. 그 결과 “병원 응급실에 있는 환자가 의료 기기 작동 중단 때문에 죽는다.”
벡텔이나 핼리버튼에 있는 부시의 친구들이 수십억 달러의 재건 기금을 받아갔지만, “이라크 가정의 거의 절반이 여전히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해, 이라크 전체의 고작 8퍼센트만이 하수 시설에 연결돼 있다.”
병원은 엉망진창이다. “바그다드의 소아과중앙교육병원은 바닥에 하수도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 식수는 오염돼 있다. 의사들의 말을 들어 보면, 환자의 80퍼센트가 처음 입원할 때는 없었던 전염병에 걸린 채 퇴원한다.”(〈뉴욕 타임스〉)
1백85개 공공 병원을 조사한 에만 아심은 〈타임〉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경제 제재가 절정에 달했을 때조차, 정말이지 상황이 끔찍했던 그 때조차, 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영양실조에 걸린 이라크 어린이의 수는 미국의 침략과 점령 이후 갑절로 뛰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보고를 보면, 이라크의 만5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27퍼센트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 어린이 4명 중 1명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세계화조사센터’)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것은 대부분 점령 당국이 내린 결정들 때문이다.
침략 이후, 연합군임시행정청 책임자였던 폴 브레머는 35만 명 규모의 이라크 군대를 해산해 버렸다. 그리고 바트당 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천 명의 이라크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들은 대부분 취업을 위해 바트당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현재 이라크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 어떤 추산에 따르면 77퍼센트가 실업 상태다. 그러나 최근 다시 총리로 지명된 자파리는 미국 경제학자들이 작성한 사유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추가 감축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이라크 재건에 배정한 1백84억 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저항세력[과의 전투], 이라크 사법제도 확립, 사담 후세인 조사와 재판”에 쓰였다. 수십억 달러는 어디에 쓰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재건에 쓰일 돈이 부시 정부 주변 기업인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1백5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이 총 5백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냈다. 이것은 이라크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갑절이 넘는 돈이다. … 핼리버튼이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나머지 13개 미국 기업들도 각각 15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 기업들은 이라크 국민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한다.”
유니세프와 이라크 교육부가 발행한 2004년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침략 이후 약 9백 개의 초등학교가 폭격과 화재로 피해를 입었고, 수천 개의 학교가 파손됐다.
처음 입안된 재건 계획은 침략 이후 첫 6개월 동안 3천 개의 학교를 보수하고 그 뒤 1년 안에 6천 개를 추가로 보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항운동이 성장하고 재건 비용이 “치안” 용도로 전환되면서 그러한 목표치는 낮춰졌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2004년 말까지 2백86개의 학교를 짓는다는 매우 ‘소박한’ 계획을 세웠지만, 2005년 9월까지 실제로 건설된 것은 고작 45개였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이라크 재건 사업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저명한 반전운동가 타리크 알리가 지적했듯이, 이라크는 “신자유주의 경제 시대의 제국주의”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준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 경제를 미국의 구상대로 개조하기 위한 광범한 계획을 입안했다.”(〈월스트리트저널〉)
2004년 6월 말 이른바 “주권이양” 직전에 폴 브레머가 통과시킨 97개 시행령은 1백50개 이상의 이라크 국영 기업을 사유화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라크 사회기반시설을 아무런 제약 없이 취득·인수할 수 있게 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관세와 세금을 완전히 면제하도록 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 시행령에 따라 이뤄진 조치들을 되돌리거나 무효화할 수 없다.
반면, 연합군임시행정청은 후세인 정권 시대의 노조 탄압 법률들(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직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부활시켰고, 일자리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구금하거나 공격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빈곤과의 전쟁’의 루이즈 리처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결국 석유였음을 깨닫고 있다. … 석유 판매 수익이 고통받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석유 다국적 기업들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라크 정부는 2006년에 국내 석유 가격을 10배로 인상할 계획인데, 이것은 국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라는 IMF의 요구 때문이다(〈로이터 통신〉 2월 7일치).
경제적 문제에 더해, 평범한 이라크인들의 신체적 위험도 크게 늘어났다. 전에 교사나 의사로 일한 여성들이 이제 집 안에 감금됐거나, 밖에 나오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그들이 힘겹게 획득한 사회적·정치적 권리들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이제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아이들이 거리에 나가지 못하도록 부모들이 말리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죽는 민간인의 20퍼센트가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라크인들은 미군이나 영국군이 시도때도 없이 현관을 박차고 들어와 가족들을 모욕하고, 체포하고, 데려가서 감금·고문·학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5년 10월 〈뉴욕 타임스〉에 미 육군 제4 보병연대 소속의 네이선 사싸만이라는 한 대위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가 이끄는 부대원 한 명이 사망하자, 사싸만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부대의] 새로운 행동 수칙은 저항세력을 죽이고 그들을 지지하는 자들도 전부 응징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놈들도 상관 없다.”
“2004년 1월의 한 작전에서 사싸만 휘하 대원들이 [미군] 트럭을 습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라크 남성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집에 없었고, 그의 부인과 다른 두 여성들이 대답했다. 갈레브 미켈이라는 선임 하사관은 ‘가구를 들어낼 시간을 15분 준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울면서 애걸하다가, 결국 그의 말을 따라 침대와 소파, TV 세트를 현관 앞으로 끌고 나왔다. 그러자 미켈의 부하들이 집에다 4발의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했다. 집은 산산조각났고 불길이 치솟았다.” 미켈은 “우리는 그걸 ‘난민 방지’ 정책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 조사단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용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야만적 처우와 재산 파괴를 수반하는 마구잡이식 체포를 관행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인들이 인간 이하의 족속이라고 훈련받는다. 마치 한때 베트남인들이 그렇다고 훈련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병사들은 한때 베트남인들을 “노랑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지금은 이라크인들을 “회교도놈들”이라고 부른다.
정부와 군대의 최고위층이 병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라크인의 죽음과 고통은 별 게 아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는 이라크인들을 “장난” 삼아 고문하는 일이 미군 부대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흔히 고위 장교들의 명령 또는 승인 아래” 광범하게 고문이 자행된다.
제82공수사단의 “A라는 하사관”은 ‘휴먼라이츠워치’에게 점령군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PUC’ 엿먹이기”나 “‘PUC’ 매달기”가 어떤 것인지 말했다. [PUC는 “피통제인(Person Under Control)”이라는 용어의 약자로, 이라크인 수용자를 보통의 전범과 구별해 전범에게 허용되는 법적 보호들을 부정하기 위해 쓰인다.]
“PUC를 ‘엿먹인다’는 건 흠씬 두들겨팬다는 뜻이죠”라고 하사관은 말했다. “우리는 그들의 머리·가슴·다리·배를 때리고, 자빠뜨리고, 온갖 욕설을 해대요.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죠. 누군가를 ‘매단다’는 건 근육이 작살나거나 기절할 때까지 ‘얼차려’를 시키는 거죠. 이것도 매일 해요. 언젠가는 이런 일에 싫증이 났어요. 그래서 몽땅 구석에 몰아놓고 피라미드를 쌓게 했죠. 우리가 이걸 아부 그라이브보다 먼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똑같더라구요. 기분전환 삼아 한 일이었어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위해 이라크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를 조사한 바그다드 대학의 샤커 교수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라크 여성들에게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울기부터 한다”고 말한다. “여성 수감자에 대한 미군들의 강간과 살해 등이 광범하게 자행됐다.”(〈가디언〉 2004년 5월 12일치)
미군과 영국군은 이러한 일들이 몇몇 “썩은 사과들” 때문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뿐 아니라 관타나모 수용소와 전 세계 수십 곳의 CIA 비밀수용소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학대는 미국과 영국의 최고 권력자들 ― 부시, 블레어, 체니, 럼스펠드 ― 이 직접 승인한 ‘기준’과 ‘규정’에 따른 ‘공식 정책’이다. 미국의 한 평화단체는 “미군에 구금됐다 풀려난 이라크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꼴로 수감 기간에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에 감옥 통제권을 이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인 사망자 수의 집계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2004년 10월에 발표된 영국의 저명한 의학 저널 《랜싯》의 보고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9만 8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사실 이 수치조차 보수적인 것이다. 이 추산에는 “팔루자의 떼죽음”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침략 이후 기간에 폭력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전쟁 전 시기보다 58배 늘어났다.” 2004년 11월 팔루자 학살 때 미군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대량 사용했다. 그 뒤 뼛속까지 타들어간 어린이와 여성들의 시신 사진이 공개됐다.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2005년 1월 월평균 25회였던 공중폭격이 12월에는 1백20회로 거의 5배로 늘어났다.
이런 조건에서 압도 다수의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해방자가 아니라 점령자로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라크 국민의 82퍼센트가 외국 군대의 철수를 원한다.
3년 전 그 날 전쟁에 반대한 우리가 옳았다면, 지금 우리는 그 때보다 몇 백 배는 더 옳다. 오늘날 전 세계의 다수는 이라크 침략이 잘못됐고, 따라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오는 3월 19일 그들과 함께 다시 거리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