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노무현의 ‘교육 개혁’ 사기극에 대한 통렬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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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대국민사기극》 정진상 엮음│책갈피
《교육부의 대국민사기극》은 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들이 대부분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며 대학평준화를 주장해 온 교육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의 교육 쟁점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와 교육부의 대국민 사기극을 잘 폭로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운 2008년 입시안의 허구성과 EBS 수능방송의 한계, 겉으로는 평가를 통한 교원의 질 제고를 표방하지만 숨은 의도는 경쟁구조를 통한 교원통제라고 할 수 있는 교원평가, 대학의 자율성을 표방하지만 실제 의도는 재정 부담의 전가를 통한 공교육 포기라고 할 수 있는 국립대 독립법인화” 등 번지르르한 말과 달리 현실에선 오히려 학생·교사·학부모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청소년들이 2008년 입시안에 반대하며 “수능도 내신도 본고사도 싫다”며 거리로 뛰쳐나온 행동은 교육부의 정책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다양성과 선택권 확대 논리를 내세웠던 자립형 사립고는 3년간의 시범운영 평가 결과 1천6백21만 원의 등록금을 내야 하는 ‘입시전문 귀족학교’로 전락했다.
김경근 교수는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학생들과 대학원 이상인 학생들 사이에는 평균 50점 가까운 점수 차이가 발생하며, 가정의 가계소득과 수능 점수 또한 정비례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2005년 한국사회의 교육격차〉).
또한 이 책은 노무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대학구조개혁과 교육개방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분배 방식인 BK21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1월 신년연설에서 노무현은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적 측면을 감안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도 산업이다”며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해 오던 노무현 정부는 과감하게 교육개방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교육개혁안에서 시작됐다. 5·31교육개혁안의 목적은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고 고도기술 산업으로 구조개편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고급노동력을 양성”하는 데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1조 2천억 원이 투입된 BK21은 서울대가 전체 지원액의 44.5퍼센트를 차지해 선택과 집중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졌다. 국립대 독립법인화를 위한 시도로 국공립대 등록금을 꾸준히 올려 이제는 거의 사립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노무현은 신년연설에서 “가정 형편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교육의 양극화를 반드시 잡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교육개방 같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 양극화를 잡겠다는 것이 ‘대국민사기극’이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