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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 거점 집중과 연좌를 유지했어야 했다

철도 파업이 정부와 보수언론의 광기어린 강경 탄압의 집중포화 속에 중단됐다. 정부는 직권중재를 적용해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이고는 군사독재 시절을 무색케 하는 탄압을 가했다.

경찰력을 투입해 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노동자들을 닥치는 대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내장산과 속리산에까지 조합원들을 쫓아가 봉쇄하고, 노동자들이 들어간 찜질방을 에워싸고 강제 연행했다. KTX 여성승무원들까지 4개 중대 병력와 헬기를 띄워 고립시키고 협박했다.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들을 광포한 탄압으로 짓누르며 다시 흉칙한 본질을 드러냈다.

철도공사는 조합원 2천2백44명을 직위해제했고, 파업이 끝난 지금도 대량징계를 시도하고 있다. 다행히 노동자들은 다시 잔업 거부로써 저항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이번 투쟁을 돌아보며 교훈을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이번 철도 파업 대오는 유례없이 강력했다. 사상 최대인 1만 7천 명이 파업에 동참해 철도 운행률은 30퍼센트로 줄었고 곧바로 ‘물류대란’ 조짐이 나타났다.

이 힘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아쉽게도 철도노조 지도부는 경찰력 투입 위협에 굴복해 3월 2일 산개를 택했다. 파업 대오가 결연히 저항하고 방어 행동이 뒷받침된다면 경찰력 투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무리한 경찰력 투입은 정부를 폭로하며 반발과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산개는 힘을 분산시켰고 흩어진 조합원들은 정부의 공격과 언론의 공세에 더 쉽게 노출됐다. 전국 각지에서 경찰의 검거 시도와 이에 맞선 대치가 이뤄진 가운데 3월 3일 수도권 전동차 기관사들의 복귀(8백67명)가 분수령이 됐다.

상대적 약체로 알려졌던 전동차 기관사들의 복귀는 산개의 약점을 보여 준다. 조직력이 약한 부문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도 거점 집중과 연좌 유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철도노조 지도부는 3월 4일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의 파업 이탈에도 불구하고 파업 중단이 불가피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김영훈 위원장은 “징계를 최소화할 필요”와 “여론 악화” 등을 파업 철회의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김영훈 위원장도 인정하듯이 복귀 결정 당시에 “정부와 공사의 탄압에도 1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가 파업을 지속했다면 실질적인 힘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단단한 파업 대오가 유지된다면 대열이 다시 불어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철도노조 지도부는 파업 대열의 힘에 의존해 단호하게 투쟁을 지도하기보다 지나치게 ‘여론의 향배’에 집착했다. 그러나 이윤 체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여론’이 처음부터 우호적일 리가 없었다.

다음 번 투쟁에서는 정부의 저 무자비함 이상으로 우리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