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교수(교수학술단체 한미FTA 공대위 정책위원장) 인터뷰 “우리 모두 FTA의 피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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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진정한 성격은 무엇입니까?
FTA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상품,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관한 것뿐 아니라,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서 한국 경제의 모든 부분이 관여돼 있는 것입니다. 금융을 비롯한 자본의 이동이라든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서비스 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해요.
대단히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의 상품 교역보다도 자본 거래와 서비스 거래의 양이 더 많다는 겁니다. 국민들은 그냥 상품 거래한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작은 부분이라는 거죠. 더 심각한 것은 자본거래와 서비스 무역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FTA를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업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제적 이해 득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그저 자기 임기 내에 이러한 업적을 남겼다는 정치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있고요.
두번째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친미 세력들이 현저하게 마모돼 왔고, 그 결과 한국 사회가 절대적 친미 사회에서 상대적 친미 사회로 진화해 왔다고 볼 수가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중국을 동아시아 지역에서 견제하고 동시에 남한을 통해서 한반도를 중국 진출의 기지로 삼으려 합니다.
소수 재벌의 입장에서 보면 관세라든지 일부 경제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미FTA가]나쁘지 않은 게 되는 거죠.
동시에 기존의 친미를 핵심으로 하는 보수적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복원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겁니다.
따라서 미국과 노무현 정부의 신주류, 보수적인 옛 기득권 세력, 소수 재벌들 사이에 일정한 이해관계의 일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한미FTA가 체결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한국 산업의 수준은 미국에 비해 제조업 분야의 소수 재벌들, 전자라든지 자동차·섬유·의류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비교 열위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이 한미FTA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장 첨예한 공세 앞에 노출돼 있고, 다 패배자라고 봐야 하죠.
지금 정부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얘기하는데, 이것은 한쪽만 말하고 다른 한쪽은 완전히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산 물건이 우리 나라에 수입될 때 관세가 없어짐으로써 일정한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FTA를 통해서 우리는 간접 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에 따르는 추가 비용들, 보험시장 개방에 따르는 보험료 인상, 약값 인하가 저지됨으로써 추가로 지불해야 될 약값이라든지 등등. 은행 부분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얘기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금융자본에 의해서 한국 시장에서 빠져 나가는 이른바 국부 유출의 양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한미FTA라고 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핵심적으로 노리는 것은 사실 구조조정이거든요.
그렇다면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그것이 사회적 불안정을 일으키고 나아가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때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FTA 반대 운동의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한 전농 분이 “한·칠레FTA할 때는 농민들만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 냉담하고 무관심했다. 오늘에 와서 보니까 모두가 다 죽는구나”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소수 특정 재벌과 현재의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일부 관료, 그 다음에 언론 등 골수 친미, 이들을 제외하고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거죠.
이러한 점에서 한미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막아야 할 문제입니다. 어떤 분들은 협상을 잘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씀하지만, 협상은 단순히 말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수년에 걸쳐 치밀한 준비와 계획 하에 최고의 전문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 풍부한 경제외적인 압박 카드, 즉 북핵이라든지 위폐 문제라든지 하는 카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결 전부터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를 노정하고 있고, 체결 단계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현재의 이 협상은 실패한 협상이라는 겁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우리들이 끊임없이 설득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