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인가 타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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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년 인간에 의한 인간 창조를 다룬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출판된 이후 복제 인간을 주제로 한 수많은 공상 과학 소설과 영화가 만들어졌다. 최근의
그레고리 E 펜스는 최근 국내에 출판된 그의 책 《누가 인간 복제를 두려워하는가》
첫째, 독재자가 가장 먼저 복제 대상이 될 것이다.
둘째, 복제 인간은 성숙할 때까지 비인간적인 인공 자궁 안에서 자랄 것이다.
여섯째, 복제된 여성은 키가 크며 날씬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일곱째, 만약 선량한 남녀가 우연히 복제된다 할지라도 그 복제 인간은 악마가 될 것이다.
여덟째, 포유류를 복제한 과학자는 언제나 자신의 실험실에서 자신이 복제한 생물한테 살해당할 것이다.
《노동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1977년 첫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성공적으로 임신됐을 때 이 아기가 심리적으로 ‘괴물’ 같을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그는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이번엔 인간 배아 복제를 비난했다. “인간 복제란 누군가를 복사기로 복사하는 아주 무서운 범죄다. 우리는 지금 품질 관리와 같은 산업적 구상의 원리를 인간에게 적용시키려 하고 있다.”그러나 제레미 리프킨이 두려워한 “프랑켄슈타인의 아기들”을 우리 머리에서 지워야만 인간 복제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쌍둥이
2001년 11월 25일 미국의 생명공학 벤처 기업 ACT사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2)
1천5백 년 동안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에 따라 성행위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가톨릭은 모순되게도 ‘정상적인 생식’ 이외의 어떤 방식으로도 인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9개국 정부가 배아 줄기세포3)
유네스코도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선언했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국내 시민단체들은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다”며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대부분 무지와 보수적 편견에서 비롯한다. 일부 과학자와 윤리학자 들이 이런 편견을 부추긴다. 유전자 결정론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복제’라는 말을 들으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똑같은 생김새에 말과 행동이 모두 일치하는 복제 인간 군대를 상상한다. 어느 날 자기 앞에 나타날 또 다른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인간 배아 복제와 쌍둥이 가운데 유전적으로 더 동질한 것은 오히려 쌍둥이이다. 게다가 쌍둥이는 같은 시기에 같은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나 같은 환경에서 거의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러나 수많은 쌍둥이들을 복제 인간 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최초의 샴 쌍둥이인 엥과 창은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보였다. 그들은 태어날 때 간도 공유하고 있었지만 한 명은 까다롭고 술을 좋아하는 반면 다른 한 명은 인자하고 쾌활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아내가 있었다.”유전자 결정론은 유전자만 그대로 복제하면 똑같은 인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유전자에는 인간의 감정· 경험·기억이 들어 있지 않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그래서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들은 유전자에 없다.
“인류의 문명은 유전 정보의 전달보다는 비유전적인 방법에, 즉 기본적인 교육을 통한 수학 문제의 해결 능력과 읽기 능력의 전달, 책이나 컴퓨터를 통한 이전 세대 지식의 전달, 식량 생산 방법의 전달,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의 전달 등에 더 크게 의존해 왔다.”
미끄러운 경사면
안락사나 낙태 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 배아 복제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보수주의자들과 종교계는 ‘미끄러운 경사면’ 논리를 들이댄다. 인류가 새로운 시도에 맞닥뜨렸을 때 그리하여 이전 사회에서 불가능했던 것
돌리
인간 배아 복제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기술이 너무 불완전하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 이언 윌머트가 복제 양 ‘돌리’ 한 마리를 얻기 위해 2백44번의 시도를 한 것과 복제 동물의 기형, 조기 사망 등이 이런 위험의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간의 임신과 출산도 이와 비슷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1억 개의 정자 중 단 1마리가 정해진 12시간 안에 난자와 수정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수정된 수정란의 45퍼센트는 임신 사실을 알기도 전에 유산된다. 또 다른 15퍼센트는 뚜렷한 원인 없이 9개월 간 엄마의 뱃속에 있지 못하고 유산된다. 전체의 25퍼센트는 산모와 태아의 이러저러한 질병으로 유산된다.
인공 유산이 없다고 가정해도 전체 수정란의 25퍼센트만이 출산에 성공하지만, 이 가운데 2∼3퍼센트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유전적 이상은 이보다 훨씬 많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의 상당수는 질병과 사고로 조기 사망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인간의 임신과 출산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근거로 인간의 임신과 출산을 반대하지 않는다.
자궁의 역할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 복제를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 수 있다. 복제된 인간 배아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살과 피를 가진 여성이 9개월 동안 자신의 자궁에서 배아를 키워 출산해야 한다. 공산품 찍어 내듯이 “산업적 구상의 원리”가 적용되는 게 아니다.
미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 낸 것이나 ACT사가 인간 배아를 복제해 낸 것은 상당히 커다란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간 배아 복제의 성공으로 세포나 유전자 단계에서 생물학적 치료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 인간 배아 복제 기술은 복제 인간 군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유전병을 가진 아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삶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암 환자에게, 임신 3개월이 돼서야 아이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된 산모에게, 불임 여성을 비롯한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줄 것이다.
미래의 수많은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인류의 타락’과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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