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출마지역 평균득표율 13.1%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노동자 밀집지구에서는 20% 이상의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다만 아쉽게도 원내 의석 확보에 실패해 등록취소라는 법적 해산을 당했다. 그러나, 선거 후 바로 법적해산뿐 아니라 실질적인 해산으로 이어지던 과거의 진보정당 역사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은 4·13 총선 후 바로 재창당을 결의하며 5월말·6월초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원을 비롯해 6·8 보궐선거 참여에 이르기까지 투쟁 계획을 잡고 재창당에 나서고 있다.

선거 직후에 후보나 지부, 당원들의 분위기가 당의 유지·발전으로 강력하게 모아지는 것이나, 선거 기간 동안 결합했던 당원들 가운데 일상적으로 당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형성된 곳이 적지 않고, 선거 후에 오히려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들은 진보정당의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해 준다.

재창당의 방향성

민주노동당은 4차 중앙위원회에서(2000년 4월 28일) 지난 총선을 돌아보며 이후 더 강화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재창당의 방향성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총선 직후 투쟁 사업을 조직적으로 전개함을 통해 선거 때 결집된 당원의 활동력을 유지·강화하고, 대중적으로 당의 존재를 확인시키겠다는 목표로 당면투쟁에 주도적으로 결합해 당과 대중운동의 결합한다는 것을 첫째 방향으로 설정했다.

둘째는 당원 명부에만 올라있는 당원들을 실제로 활동하는 당원으로 재조직화하고, 당의 구심력을 형성하기 위해 중앙당 정치연수원을 통해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 사업을 통해 당원의 정체성을 높이고 당 간부 역량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셋째, 민주노총 간부 수준을 넘어 일반 조합원에 이르는 당원 조직화를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각 사업장에서 당 분회를 실질적으로 조직해 지역과 사업장에서 대중적 토대 확대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재창당의 방향에 기초해 지금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 특별법제정을 위한 10만 명 서명 운동과 학생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시간 단축 자전거 홍보단를 하는 등 노동시간 단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창당에 대한 당원들의 고민

당의 강화와 확대를 이루는 재창당을 이루어 내기 위해 당원들과 주위의 동지들이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충남지부 사무처장 이재기 씨는 “조직의 물적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소득할당비제’를 도입하고,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대의기구(당대회-대의원, 중앙위원회-중앙위원)를 과감히 철폐해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김광호 씨는 “재창당을 위한 최우선의 과제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민주집중제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부산의 한 노동자 당원은 “지금은 당이 형식적인 창당이 아니라 당원들의 직접적인 민주주의를 최대한 실현하면서(예: 재창당에 대한 시지부별로 당원 토론회를 3회 이상 갖는다) 실질적인 재창당의 길을 가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기획위원장 박홍순 씨는 “현재 당에서는 민주집중제는 실종되고 일반적인 민주주의 절차만이 강조되는 가운데 일정하게 조직 형식주의적인 경향이 나타났다. 조직 형식주의적인 측면과 지부 연합적인 경향으로 인해 당 활동이 대중적 정치활동의 강화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지기보다는 조직의 절차적인 면에 지나치게 치우침으로써 당의 역동성, 기동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총선 이후 지금까지는 당원들의 결의를 조직해내고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당의 유지·강화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였다면 이제부터는 투쟁사업의 적극적인 조직화와 당 지도력의 강화가 가장 관건적인 사항이다”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재창당은 당이 성장하는 과정

재창당을 결의하고 당의 강화와 확대를 위한 과제들을 확정하기 위한 임시 당대회가 대의원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당 지도부는 오는 6월 11일(일) 임시 당대회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재창당은 단순히 재창당 대회 시기를 앞으로 당기는가 아니면 뒤로 미루는가 하는 시기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재창당은 창당 이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현재 당의 상황을 엄밀히 평가하는 속에서 재창당에 걸맞은 조직과 문제의식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의 총선 평가 가운데 “당의 주요 지지층이기도 한 20·30대 젊은 층과 학생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학생들에 대한 능동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동원의 대상 정도로 치부된 면이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자료집 2000년 5월 20일)고 평가됐던 고민들을 ‘단순한 평가’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당의 배려와 실제적인 지원 계획을 내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고민들을 단순히 ‘평가’와 ‘말’ 속에서가 아니라 실천에서 노동자 운동에 적극 결합하고, 당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에 총력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당원들을 진지하게 설득하고 행동을 조직할 때 재창당은 당이 확대·강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