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 시리아나, 히든,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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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시리아나〉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만든 영화 중 미국 제국주의의 중동 개입과 석유의 관계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 준 영화다.
〈시리아나〉는 가상의 석유 재벌인 코넥스 석유와 킬렌 석유의 합병을 둘러싼 암투가 주요 줄거리이지만 사실, 석유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배자들 간 거래와 부패, 제국주의 개입과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현란할 정도로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만 10여 명이며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수많은 조연들이 출연한다. 개별 인물들은 커다란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이윤과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지만 관객들은 맨 끝에 가면 수많은 갈래 얘기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보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이자 두 석유 재벌의 합병건을 추진하는 석유회사의 중역 베넷 홀리데이는 석유와 부패 사슬 간의 관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가 부패방지법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부패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죠. 부패는 우리의 보호막입니다.”
물론 두 시간 안에 수많은 많은 인물과 얘기를 담고 있어 때때로 영화가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른 한편, 이라크 전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정말 아쉽다. 이보다 석유와 미국 제국주의의 관계를 더 명확히 보여 주는 예도 없었을 텐데.(3월 30일 개봉)
〈히든〉은 〈피아니스트〉(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와 혼동하지 말 것!)로 유명한 덴마크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한 프랑스 중간계급 조르쥬(다니엘 오떼이유)가 자신과 아내의 모습을 찍은 익명의 비디오 테잎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와 아내(줄리엣 비노슈)는 범인을 찾아 나선다.
상투적인 범인 찾기 스릴러 영화일 것 같다가 영화는 갑자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알제리 민족해방 운동 당시 프랑스 제국주의가 알제리인들에게 저지른 야만적 학살의 기억이 펼쳐진다. 탁월한 정치 영화.(3월 30일 개봉)
〈박치기〉
일본 사회 조선인 문제를 다룬 매우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명동 씨네콰논에서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