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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 아흐마디네자드의 편지가 보여 준 것

이란 대통령 아흐마디네자드는 부시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고, 부시 정부는 콧방귀를 뀌었다.

부시 정부는 이 편지의 내용을 왜곡해서 이란 대통령을 비합리적인 이슬람 광신도로 몰아가려 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이 편지를 받은 시기는 공교로웠다.

최근 부시 정부는 유엔헌장 7조를 적용한 결의안 채택 문제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히고, 국무장관 라이스는 그리스‍·‍터키 순방길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아직’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구나 브레진스키 같은 ‘현실주의적’ 제국주의자들뿐 아니라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심지어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명되는 상원의원 척 헤이글도 외교적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도 평화주의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부시 정부와 네오콘의 일방주의에 대한 이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로 아흐마디네자드의 편지를 이용했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는 유럽3국 ― 영국‍·‍프랑스‍·‍독일 ― 이 이란에게 ‘타협안’을 제안하는 것을 찬성했다. 사실, 타협안이라는 것은 별 볼일 없었다.

5월 10일치 〈뉴욕 타임스〉가 국무부 관료를 인용해서 시사한 바로는, 미국 정부는 타협안 내용에 우라늄 농축 포기 대신 이란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호전적인 중동 문제 전문가 짐 호글란드는 부시 정부의 일시적 ‘외도’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부시 정부는 행동을 취하기 전에 모든 종류의 대화와 타협 노력을 다한 것처럼 보여야 하며 … 이란과 대화할 수 있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협상안에 이란측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익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서방의 주류 언론들은 이것을 이란측의 고질병인 ‘벼랑 끝 전략’이 재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흐마디네자드의 편지에는 비록 종교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됐어도 중동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 이라크 침략,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만행에 대한 분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격차 확대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는 진정한 의도에 대한 우려 등등.

물론 이 편지 때문에 좌파들이 이란 자본주의를 지도하는 사람에 대해 착각할 필요는 없다. 그는 올해 초 버스노동자 파업을 잔혹하게 탄압했고, 최근에는 반체제 지식인들을 구속하고, 터키를 도와서 쿠르드족 민족해방운동 조직인 PKK(쿠르드노동자당)를 무력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점점 더 이라크 전쟁 전의 소위 “외교적 해결 국면”과 비슷해지고 있다. 즉,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해 있다.

그 동안 미국 지배자들은 이란 국가를 “파시스트”(대통령 부시), “전체주의”(이라크 대사 잘마이 칼릴자드), “현대 테러리즘의 어머니”(네오콘 마이클 러딘), “역사의 쓰레기 더미에서 자라난 … 광신적인 전체주의 신정국가”(전 CIA 국장 제임스 울시)라고 부르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정당화했다.

따라서 반전운동가들은 아흐마디네자드 등 이란 지배자들이 어떤 자들인가 하는 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서 부시의 책략에 말려들기보다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미국 지배자들의 세계 제패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세력 결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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