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기간제교사노조:
나와 세계가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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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이하 기간제교사노조)는 올여름 수련회에서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을 주제로 강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강연회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한 노조 운영위원은 애초 이 강연 자체는 좋으나 수련회 프로그램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었지만, 강연을 듣고 나서 자신의 협소한 시각이 부끄럽다며 세계와 자신이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연 내내 눈물을 흘리며 듣는 선생님도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매우 집중해서 들었다. 첫 번째 발제자인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흐 씨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학살의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 줬다. 파괴된 건물의 잔해 속에 묻힌 어린이들,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거리를 걷고 있던 사람이 폭탄을 맞는 모습을 보고 여기저기서 비명과 탄식이 터졌다.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살레흐 씨가 더 끔찍한 영상은 제외하고 보여 준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니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정구 부산대학교 객원연구원은 기간제 교사가 겪는 차별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듯 보이나 무관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차별이 있는 학교가 과연 자유로울까요? 민주당이 집권하면 차별 문제는 좀 더 나아질까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보수당 집권보다는 조금 덜하지 않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차별이 있고, 학살이 있다면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자유로울까요?
“팔레스타인은 멀리 떨어져 있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우리는 이 학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이 학살을 누가 주도하는지,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또 이런 것들이 동북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학교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교 밖 사회,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것이 교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정구 연구원은 이어서 시온주의가 등장한 배경,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과정 등을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도 활발했다.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과 학교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살레흐 씨가 답변했다. 현재 팔레스타인에서는 공교육을 거의 할 수 없고, 개인들이 학생을 모아 천막에서 수업한다고 한다.
살레흐 씨의 고모가 보내 준 영상은 호소력이 있었다. 같은 교사가 전해 주는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연대에 대한 감사 인사가 선생님들의 마음에 절실하게 닿았던 것이 아닐까.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학생 9만여 명이 사망했고, 500여 명의 교직원들이 살해당했다. 살아남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며 보호하고 있다.
“오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위해 자리에 오신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가 가진 가치나 개념을 재정의할 수 있고, 전 세계인에게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힘을 주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영감과 감동을 주는 활동이다.”
세계사를 가르치는 조합원은 교과서에서 팔레스타인을 다루지 않는데 팔레스타인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편파적인 것은 아닌지 질문했다.
이정구 연구원은 미국의 저명한 활동가이자 저술가인 하워드 진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답변했다. “순수하게 객관적인 것은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중립은 있을 수 없습니다. 무엇을 위한 중립인가요? 어느 쪽이든 편향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고 하마스가 먼저 공격해서 이스라엘이 대응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는 한 선생님은, 이 전쟁이 이토록 긴 역사를 가진 줄 몰랐다며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진실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고 했다.
또, 하마스에 대한 궁금증들도 있었다. ‘하마스는 오슬로 협정에 반대해 등장했고, 제국주의에 맞서 민족 해방 운동을 하는 단체다,’ ‘한국 역사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무장 투쟁을 했던 독립투사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는 답변이 이뤄졌다.
수련회를 마친 소감문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강연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남긴 조합원이 많았다.
‘팔레스타인의 눈물이 주는 의미가 내 삶의 불평등 속에서 저항을 힘있게 소리 내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모두 존엄하며 똑같은 목표, 그 존엄성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인류 구성원이 될 때 지금 하고 있는 교육의 일을 제대로 하는 것임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오늘을, 눈물을 잊지 말자,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음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집회에 참가해 보겠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기간제 교사들의 차별에 맞서 싸워 정규직화를 이루기 위해 설립됐다. 활동하면서 연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늘 깨닫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이 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같은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토록 무참히 살해하는 행위를 보고도 가만있을 수는 없다.
살레흐 씨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알려 주는 활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우리는 교사이기에 전쟁 속에서 죽어 가는 어린이들을 볼 때 모골이 송연해진다. 폐허의 한 모퉁이에서 벽돌을 책상 삼아 공부하는 어린이를 SNS에서 봤을 때 숙연해진다. 그 어린이들이 부디 살아남아 학교에서 교육받고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용기 잃지 않도록 연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간제교사노조도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