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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ㆍ관계에 진출한 일부 NGO 지도자들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들은 한국 사회의 개혁과 진보에 나름의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정·관계에 진출한 일부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8월 9일 강준만 교수는 〈한국일보〉칼럼을 통해 정·관계에 진출한 시민운동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권이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포위돼 있[어서] … 자신들이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 주장을 존중하겠다. 그래서 하는 제안인 데 적어도 … 억대의 연봉, 기사 달린 고급 승용차, 비서 달린 대형 집무실은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채 투쟁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게 살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최민희 전 민언련 공동대표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시민의 신문〉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연봉이 9천만 원이고 전용 차량에 운전기사, 개인비서와 집무실이 배당된다고 보도했다.

보수 언론들의 과장 보도만큼은 아니어도 실제로 “낙하산의 꽃”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감사에 임명된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은 적지 않다.

흥사단 출신의 조성두는 한국조폐공사 감사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을 지낸 최교진은 한국토지공사 감사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출신의 배석범은 한국가스공사 감사를 지내고 있다. 이들의 연봉은 각각 1억 4천2백만 원, 1억 9천8백만 원, 1억 6천만 원이다.

이것은 많은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연봉 5∼6천만 원의 ‘대기업 노동귀족’을 비판해 온 것과도 모순이다.

물론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이 이를 이용해 운동 전체를 공격하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보수 기득권 세력이 누려 온 부와 특권은 이에 비할 바 없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며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나 지지자들이 느끼는 우려와 실망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실망감이 몇 년 전부터 제기된 ‘시민운동 위기론’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민중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고 심지어 미국의 학살 전쟁을 지원하는데도 이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도 ‘귀족’ 대우를 받아가며 말이다.

특혜를 받아가며 노무현 정부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 및 기층 민중운동과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더 효과적인 사회 변화 전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