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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연대체 토론회에 다녀와서

지난 23일 저녁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상설연대체 건설에 대한 토론회(“상설연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있었다. 이 날 토론회는 당내 의견그룹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첫 번째 상설연대체 토론이었다.

기조 발제를 한 민중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그 동안의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는 듯했다. 그는 상설연대체 건설이 운동 진영의 단결에 이바지하기보다 “긴장과 갈등의 한 원인”이 됐음을 돌아보며, 연대체 건설의 목적이 진보진영의 단결에 있음을 강조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의 이 날 발제는 지난 수개월 동안 논의를 거치면서 상설연대체의 상(像)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줬다. 초기의 제안 내용 가운데 진보진영 내에서 반대에 부딪힌 것은 상당 부분 제외됐거나 희석됐다.

예컨대 그는 “사안별 연대체를 일거에 해소하려는 경향”에 대해 “편향”이라고 비판하며, “사안별 연대가 발전할 때 운동이 더 풍부”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상설연대체의 범위에 대해서 “자유주의 개혁세력이나 진보적 부르주아지와의 연합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 시간에는 “특정 경향[‘자민통’ 경향을 말함]에도 여러 의견이 있다”며 상설연대체 제안 세력 모두가 반한나라당 전선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게 아님을 암시했다.

상설연대체의 강령에 대해서는 “민중운동의 합의 수준”을 뛰어넘는 내용을 고수하지 않을 뜻을 비추며 “투쟁 강령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당과 연대체 관계는 비교적 열어두면서도, “상설연대체 건설이 당의 외연 확대의 한 방법”이므로 민주노동당이 연대체 건설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패널 토론에서 한석호 ‘전진’ 집행위원장은 “논리의 문제가 [상설연대체 토론의] 핵심이 아닌 것 같다”며 “불신”을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상설연대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진보진영의 연대 수준이 아직 “진지를 구축하는 단계”라며 이에 맞게 논의를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또, 지난 연대운동을 몇 차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대의 체계를 두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광수 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도 대의제도 도입을 반대하면서, 만약 대의제도가 없다면 ‘민중연대’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민중연대’를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우선 상설연대체 건설 제안이 “2000년 이후 전개된 여러 운동들의 성과”를 “정치적 대안건설로 이어나가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며 그 기본 취지에 공감함을 나타냈다.

그녀는 좌파가 “‘개혁’ 실패에 대한 환멸감이 자라면서 노무현 왼쪽에 생겨난 공백을 메워야 할 정치적 과제에 직면”했음을 지적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의 핵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제국주의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 공동의 정치적 대응을 하기 위한 연대체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의했다.

그러나 김하영 운영위원은 상설연대체가 효과를 거두는 것은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며, “상설연대체 제안자들의 정치문화가 진정으로 개방적으로 바뀌”는 등 적어도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첫째 사안별 연대체의 존속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둘째 (일부 자본가 계급 정치세력들과의) 계급연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셋째 민주노동당에 의회주의화 같은 우경화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넷째 상설연대체를 느슨하게 운영해야 할 필요성 등이다.(자세한 내용은 '상설연대체 건설에 관한 최근 논의에 부쳐'를 참조하시오.)

김하영 운영위원은 이 네 가지 쟁점에 관해 상설연대체의 제안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의견 불일치가 있다며, 앞으로 논의 진전을 위해 제안자들 공통의 단일한 의견이 명확하게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영욱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노동당의 대선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상설연대체 문제를 다뤘다. 즉, 상설연대체가 “민주노동당의 지지 기반 확장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간층들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중간층들’을 연대 범위에 포함시켰는데, 이것은 이 날 발제·토론자 가운데 가장 오른쪽 입장이었다.

이 날 토론에서 정대연 위원장은 강령이나 운영 방식 등은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9월 1일 예정된 민중연대 토론회에서 상설연대체에 대한 단일한 안을 내오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상설연대체의 상은 좀 덜 모호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