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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 “의약품은 FTA 협상 대상이어선 안 된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정책국장을 만나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FTA 의약품 관련 협상에 대해 들었다
Q. 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FTA 협상이 난항에 빠지는 듯했지만 결국 싱가포르에서 약값 문제를 두고 별도 협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협상의 내용과 영향은 무엇입니까?

이번 싱가포르 협상은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트를 받아들이겠다면서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제안해서 열리게 됐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독립적인 이의 신청 기구를 만들어 줄 것, 미국 신약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 줄 것, 한국산 제네릭(복제 약) 약값을 많이 낮출 것,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양국간 협의기구를 둘 것, 포지티브 리스트로 인해 미국 약이 차별 받지 않도록 조치를 해 줄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현재도 약값이 매년 14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앞으로 더 증가할 수밖에 없고, 결국 건강보험료나 본인부담금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미국이 독립적 이의 신청 기구를 요구했고, 유시민 장관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우리 나라에서는 심사평가원과 공단이 효과는 좋으면서 비용은 저렴한지 등을 심사해서 보험약으로 인정할지 말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공단이 약값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복지부에서 발표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요구한 독립적 이의 신청 기구의 성격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심사에 문제가 있다면 심사평가원을 통해서 재심사를 하면 되는데, 결국 미국 제약회사들이 더 손쉽게 압력을 넣기 위한 기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통상 압력을 넣을 경우, 보험약 지정이나 약값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Q. 9월에 있을 3차 협상에서 특허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셨는데 그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지금 있는 특허를 연장해 달라는 것이고 미국의 약이 한국에 처음 들어오면 독점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 미국은 '강제실시'제한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실시'는 국민에게 꼭 필요한 약이라고 판단할 경우 국가가 특허를 풀어서 약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는 이것을 많이 제한하고 있죠.

'강제실시'를 제한하면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도 다국적 제약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밖에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이용하는 특허 연장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제네릭의 출시가 늦어지는 것이고 우리가 비싼 약을 사먹을 수밖에 없는 거죠.

Q. 이런 약가 정책이 도입되면 건강보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대략 다른 나라에서 도입된 이런저런 제도들을 보면 [이를 통해] 특허가 보통 5년 정도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허가 5년 연장되면 현재 제도로 계산해도 매출액 상위 10개 약의 약값이 1천5백억 원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경우 특허약과 제네릭의 차이가 커지는데, 이를 통해 4천5백억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게 됩니다.

만약 약 전체로 따진다면 약값이 1조 원 정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돈은 세금이나 의료보험비 등으로 메워져야 하고, 약을 살 때 본인부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Q. 끝으로,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은?

의약품 제도라는 게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고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재정·의료제도의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FTA 의제로 올라가서는 안 되는데 이것이 협상 의제로 올라 있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다른 부문에서도 그렇지만 FTA는 공공부문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고, 의약품 부문도 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FTA는 반드시 중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