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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펀드의 진정한 성격

고려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소속인 장하성 씨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펀드를 조성해 태광그룹의 한 계열사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기업주를 귀찮게 하느냐'며 우파 언론이 시비를 거는가 하면,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숙하는 전기"(〈한겨레>)이길 바란다는 지지도 만만찮다.

그러나 장하성펀드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도는 외관과 달리 별로 진보적 의미가 없다.

다른 사모펀드(투기자본)와 마찬가지로 '장하성펀드'는 수익률 극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세금 회피를 위해 조세 피난처인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으며, 외국투자자들이 자금을 댔다. 펀드 운용도 '먹튀'로 악명 높은 소버린의 투자 자문을 맡았던 자들이 담당한다.

지배구조 개선은 투기 자본들이 흔히 내세우는 명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하성펀드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시도('주주행동주의')는 재벌의 이익을 크게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장하성펀드가 지분 매입한 지 단 며칠 만에 대주주인 태광은 벌써 1천 4백억 원의 이득을 봤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의 투자수익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반노동자적이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론자들의 말대로라면 비용을 줄이고 배당을 최대한 늘리는 기업이야말로 좋은 지배구조다. 이 때 비용 절감의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감원과 비정규직 늘리기다. KT&G에 개입한 사모펀드는 주주 이익을 위해 대량 감원을 하라고 요구해서, 주가를 올린 후 되팔아 한몫 잡기도 했다.

장하성펀드도 태광그룹의 악명 높은 노동자 탄압만큼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수익률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소액주주에게도 기업 정보와 결정 기회가 공유되는 기업 구조를 추구해 왔다. 장하성펀드의 출현은 그 운동이 애초부터 완전히 잘못된 길을 대안으로 삼았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