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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재난에도 노동자 안전은 뒷전인 기아차 사측

폭설에 지붕이 내려 앉은 기아차 화성공장 ⓒ김우용

생산을 위해 목숨 걸고 출근하라?

사상 최대의 눈 폭탄이 서울 경기권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경기 남부권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27일 기아차 화성 1·2공장은 일부 라인이 처지고 지붕이 무너져 안전 점검을 위해 작업이 전면 중단됐고 3공장 역시 안전 점검을 위해 작업이 중단됐다.

기아차 지부 화성지회 집행부는 야간조를 식당으로 긴급 대피 조치 후 임시 산업안전보건위 개최를 사측에 요구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뒷북 대응을 하는 형국이다.

1·2공장은 위험, 3공장과 PT 외곽 부서는 안전?

28일 목요일 1·2공장은 주간조에 한해 휴무를 결정하고 3공장은 출근을 강행했다.

사측과 화성지회는 새벽 4시경 문자를 통해 1·2공장 조합원들에게만 휴무 사실을 통보했다. 3공장과 PT부문 조합원들에게 1·2공장 휴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건 전체 휴무 요구가 분출할 것을 우려해 쉬쉬한 것이다.

1·2공장만 위험하고 3공장과 PT외곽 부서는 안전하단 말인가? 사측은 기준이 무엇인지 즉각 해명해야 한다.

눈 폭탄으로 인해 퇴근 시간만 최장 7시간

27일 수원 영통, 오산, 광명 등에 사는 주간조는 퇴근버스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최소 3시간, 최장 7시간이 걸렸다. 퇴근버스에 꼼짝도 못 하고 7시간을 갇혀 있었다고 생각해 보라. 3공장과 PT 외곽부서 조합원들은 집에 도착한 뒤 씻고 식사 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5시에 출근버스를 타야 했다.

오직 생산만을 위해

더 분통이 터지는 일은 퇴근 버스는 5시간이 걸려도 노선 변경을 하지 않으면서 출근 버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선을 변경하고 고속도로에 진입시켜 아침 생산 시간에 맞추려 기를 쓴다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라!

어제 강원도 고속도로에서 50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고 도로 곳곳이 빙판길이다. 눈은 계속 오고 있다.

새벽 출근길 3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쌓여 있다. 출근 버스가 미끄러지고 언덕길에 멈추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지속됐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생산을 위해 목숨 걸고 출근시킨 것이다.

출근버스 기사는 휴식을 취했나?

사상 최대 눈 폭탄으로 인해 버스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최악 수준이다. 27일 주간조 퇴근 운행 후 공장으로 돌아와 야간조 퇴근 운행을 해야 했다. 그리고 28일 아침조 출근버스를 운행했을 것이다. 24시간 빙판길 운전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대형사고가 터져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기아차 중대재해 지속 발생

올해 11월 19일 현대 울산공장에서 신차를 테스트하던 연구원 3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기아차 소하공장에서는 2023년 11월 리프트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9월 광주공장에서는 하청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글로벌 탑3 기업의 안전의식은 1980년대 수준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노동조합 책임도 크다

안전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2000년 초반 현장 활동가들과 대의원들이 작업중지권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자 안전사고와 산재 발생율이 현격히 줄었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사측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안전사고 투쟁을 고소·고발 하며 지속 탄압했다. 사측의 탄압에 현장이 위축됐고 노조 관료들은 투쟁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대재해와 사망사고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생산만을 위해 조합원들의 안전과 생명은 헌식짝 취급하는 사측의 우선순위에 분통이 터진다.

기후 재난의 시대가 도래했어도 기업은 생산과 이윤이 최우선이다. 노동자들의 안전은 현장 노동자들이 직접 투쟁하지 않는다면 지킬 수 없다. 안전한 일터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현장에서 항의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 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에도 저항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첫째, 사측은 화성공장 전체 휴무를 즉각 실시하라!

둘째, 화성공장 전체 정밀안전진단 실시하라!

셋째, 통근 버스기사 휴식시간 보장하라!

넷째, 화성지회는 조합원 안전을 위해 즉각적으로 투쟁에 나서라!

* 참고 : 이글은 기아차 화성공장 소식지 ‘평조합원의 목소리’ 성명서를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폭설에 발이 묶인 기아차 통근버스 ⓒ김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