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티모르 파견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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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 파병될 경찰은 복장만 다를 뿐 총기로 무장한 사실상의 군대다. 그런데도 형식상 군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의 동의 없이도 파견할 수 있다.
유엔도 그렇지만, 동티모르에 군대를 배치한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국가들은 동티모르의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외세,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그 밖의 다른 서방 열강이야말로 동티모르를 빈곤과 불안정에 빠뜨린 당사자들이다.(〈맞불〉1호 온라인 기사 '제국주의는 동티모르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를 참조하시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0여만 명을 죽이고 동티모르를 합병한 것을 1979년 2월에 세계 최초로 승인했고, 그 덕분에 1988년 동티모르 인근 티모르해(海)의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이권을 챙겼다.
이번 평화유지군 파병의 빌미가 된 동티모르의 무장 충돌 사태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동티모르 개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전 동티모르 총리 알카티리는 오스트레일리아를 견제하기 위해 옛 식민 종주국인 포르투갈이나 중국 등을 석유·가스 개발에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자 친오스트레일리아 파당이 무력 충돌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알카티리는 총리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이 무력 충돌 주동자와 대통령 구스마오가 연계돼 있음이 최근 드러났다.
이번에 군대가 아닌 경찰 파견을 유엔이 결정한 것도 동티모르에 파병된 외국 군대는 유엔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포르투갈·브라질 등의 요구를 오스트레일리아가 거부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절충안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동티모르에 파병된 다국적 군대가 오스트레일리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미국·영국 등의 지원을 받아 관철시켰다. 그 대신, 파견되는 '경찰'은 유엔의 통제 하에 두기로 했다.
미국·영국 지배자들의 지지를 받는 오스트레일리아 지배자들은 동티모르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동티모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도 1999~2004년 동티모르에 파병한 데 이어 자신의 '국가적 위상', 즉 아(亞)제국주의적 능력을 높이기 위해 또다시 동티모르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파견에 적극적"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얘기는 한국이 그 지역의 천연자원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부의 경찰력 동티모르 파견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