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3차 협상 결과:
협상의 선로를 흔들 대중 운동 건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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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3차 협상 종료 직후, 한국측 수석대표 김종훈은 "핵심 쟁점에서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고, 미국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는 "한국측이 제시한 농업 분야의 양허 수준에 실망했다"고 했다.
9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 반FTA 운동 진영 일각의 예측은 한국 정부가 받고 있는 반대 여론의 압력 정도와 국익을 둘러싼 한미 양국 지배계급들 간의 갈등 정도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영문본 협상문만을 인정하겠다고 하는 등 고압적 요구를 여럿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 협상단은 커다란 반대 압력 속에서 협상에 임했다. "협상이 1차에서 3차까지 진행돼 오는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자·농민뿐 아니라 미국의 노동자·농민 사이에도 한미FTA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공감대가 퍼져나"갔다(〈프레시안〉9월 11일치).
정부는 한미FTA 홍보에 38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럼에도 한미FTA 반대 여론을 제압하지 못했다. 찬성 여론이 앞선다는 언론의 보도들이 잇따랐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한미FTA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이런 거리 여론은 국회 안에도 반영됐다. 국회의원 23명이 한미FTA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집권당 소속 13명의 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국 협상단은 미국과 "힘쓰기"를 해야 했다. 특히, 섬유와 농업 분야에서 그랬다. 섬유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체결로 한국이 이익을 볼 분야라고 집중 홍보했던 분야이고, 농업은 한미FTA 반대 정서가 가장 강한 분야 중 하나다.
물론 한미FTA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의제 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한미FTA 찬성론자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반대론자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2개의 전술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듯하다.
즉, "'국내의 한미FTA 찬성론자들에게 개별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으니 양국 간의 작은 갈등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협상을 여러 곳에서 여러 개로 분산시켜 주의분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프레시안〉9월 11일치).
정부의 이런 전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운동이 다시 한 번 거대한 결집을 건설해야 한다. 7월 12일 반대 시위는 대중 운동이야말로 한미FTA 협상의 선로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보여 줬다.
이렇게 봤을 때, 민주노동당의 국민투표 전술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물론 "국회가 다수 여론을 왜곡하고, 국민의 민심을 반영할 의지가 없을 때,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 주권 문제를, 최소한 한미FTA 체결에 대한 비준권을 국회에 허락해선 안 된다"는 심상정 의원의 지적은 옳다.
다만, 가을 대중 동원에 매진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운동의 주의를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투표는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협상을 체결하고 "국민의 민심을 반영할 의지가 없"는 국회가 FTA 비준을 체결하려 할 때 그에 대적하는 전술로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지난해 프랑스의 유럽헌법 반대 운동 진영이 채택해 효과를 낸 전술이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반대 운동 진영이 "노무현 퇴진"이나 "열우당 해체"처럼 불필요하게 운동을 협소하게 만들 구호를 채택하기를 고집할 게 아니라, "한미FTA 반대"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의 다른 구호들처럼 간단명료한 기치 아래 가을 동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