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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 메스를 들이대며:
한미FTA 저지 운동이 놓쳐서는 안 되는 것

한미FTA 3차 협상이 일단락됐다. 양측 협상대표 웬디 커틀러와 김종훈은 올해 내로 마무리짓기에는 협상이 너무 지지부진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며 4차 협상 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별도로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무역촉진권한법(TPA)의 시한이 내년 7월 1일이고 올 가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이의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의 불평은 괜한 호들갑이 아니다. FTA 반대 운동이 협상을 좌초시키지는 못하고 있으나 협상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점인 투자·서비스·금융 부문에서 양측에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이견이 나온 '사소한'문제들은 정치적 일괄 타결을 통해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한미FTA 협상의 반환점에서 저들의 중간 평가는 이제까지 반대 운동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반대 운동쪽은 어떤가? 우리 쪽도 사정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3차 협상 때 보인 운동의 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운동은 항상 부침이 있다. 하지만 점검할 부분이 있다.

우선 한미FTA를 한미FTA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2차 협상 전후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멕시코의 경제가 더 나빠졌고 사회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비판에 한국 정부는 NAFTA로 멕시코 경제가 성장했다는 설득력 없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FTA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는 FTA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이와 동반된 내부 구조조정에 실패한 게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FTA만 해서는 안 되고 내부 구조조정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FTA에 뒤따르는 구조조정 전략이라는 것이다.

연쇄고리

FTA는 FTA만이 아니다. FTA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의 연쇄고리 중 하나다. 따라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자발적 자유화'조치들과 노사관계로드맵 등의 노동탄압 조치를 포함한 전체를 봐야 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FTA에서 "교육과 의료의 영리법인 허용을 통한 개방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한발 뺐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 부문의 시장화가 멈추었나? 한미FTA에서 영리병원 허용이 빠지자 재경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국내 기업의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곧바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비롯한 교육부문 구조조정도 FTA와 '별도로'진행중이다. 방송·기간통신·금융·해운·항만·우체국·농협·법률·택배·농업 부문은 한미FTA를 통해, 교육·의료·전기·수도·가스·철도 등 다른 부문의 사유화와 시장화는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진행중이다.

물론 공기업 영업에 대한 상업적 고려라든지 투자에서 영업이익 침해 금지 등을 통해 FTA는 포괄적으로 공공부문 사유화를 초래한다. 그러나 이러한 FTA의 사유화 효과는 '자발적 구조조정'과 더불어, 그리고 이를 통해 완성된다.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운동이 한미FTA, 자발적 시장화 조치, 노사관계로드맵이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략의 연쇄사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에 동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연대 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가 없다. 물론 한미FTA가 이 연쇄사슬의 핵심고리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반전평화 운동도 더해야 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보다 전시작통권 환수 때문에 공격당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시작통권 환수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는 운동의 약점 탓이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이나 이라크 파병, 레바논 파병, 전시작통권 환수도 미군의 중동 침공과 이에 따른 전 세계적 군사 재배치의 일환이라는 점을 대중적으로 분명히 하지 못하면 한미FTA로 몰린 현 정부가 전시작통권 환수 뒤에 숨는 얄궂은 상황을 막을 수 없다. 반전평화 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결합 필요성은 이처럼 매우 현실적이다.

한국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이제 시작인 운동을 두고 절망하거나 낙관만 할 때가 아니다. 대중운동을 건설하려는 진지하고 꾸준한 노력 이전에 의회로 그 활동의 중심을 옮기려는 여러 논의들, 예를 들어 국민투표 논의는 아직 때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시한을 정해 두고 그 때까지 대중운동의 조직을 끝내야 한다는 논의도 섣부르다.

대안 논의도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는 한미FTA 효과의 하나로 유럽연합(EU)이나 중국·스위스 등과 FTA를 촉진하는 FTA 플랫폼의 효과를 지적한다. 한중FTA나 한EU FTA를 한미FTA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출하는 것은 그 제안이 한미FTA를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해도 우리 운동의 대안은 아니다.

유럽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뿌리를 내리고 그 성과를 거둘 때까지는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 그 운동은 우리가 보고 있듯이 거대한 대중운동을 통해 유럽헌법과 CPE 법안을 좌초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한국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직은 작고 혼란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 불꽃들을 거대한 맞불로 타오르게 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 아직 낙관하거나 절망할 때가,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