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즉각 철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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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평화·재건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완전한 사기극이었다. 2005년 자이툰 전체 예산 중 "재건 비용이 전체 예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재건 비용 가운데 "50퍼센트가 제르바니(쿠르드족 민병대) 여단 기지 신축, 수사장비, 시설경비 장비"에 쓰였다.(〈한겨레21〉626호)
최근까지 자이툰은 "하는 일 없이 기지 안에서 삽질만 해" 왔다. 한 이라크 파견근무 경험자는 "공병대의 주임무가 부대 내부공사와 외부에 발주한 공사의 준공 검사"뿐이라고 증언한다. 의료부대도 마찬가지다. "2005년 5월 에르빌 시내 폭탄테러 당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수용 능력 부족을 이유로 단 1명의 부상자만 받았다."(〈한겨레21〉627호)
이라크 저항에 밀려 미국의 '동맹군'들이 속속 철군하는 지금, 자이툰의 임무는 되려 엉뚱한 방향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자이툰은 유엔이라크재건기구(UNAMI) 아르빌 사무소 경비 임무를 맡고 있다. 또, '요인 경호'임무도 증가하고 있다. 이라크 점령 도우미 구실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이툰이 아예 이라크에 눌러 앉기를 바란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을 조직개편하며 자이툰을 여기에 편입시키려 한다. 이 개편은 "일종의 군사위원회 형식"이다. 만약 자이툰이 여기에 참가하면 자이툰은 "한 지부의 형식"을 갖게 되며 "정치고문·군사고문" 구실까지 하게 된다.
자이툰이 주둔하고 있는 쿠르드 자치구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정도 커지고 있다. 최근 터키는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 반군 근거지를 공습했다.
또,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쿠르드 자치정부(KRG) 대통령 마수드 바르자니는 "필요하다면 우리는 아무런 두려움이나 주저 없이 독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갈등들은 아직 잠재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자이툰을 급속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점령 도우미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격렬한 저항의 늪에 빠지고 있는 미국을 계속 돕고 있다. 9월 14일 2백5명의 공병·의료 지원 부대 교체 병력이 "미국 등 동맹군에 대한 공병, 의료 지원"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다.
노무현은 동티모르와 레바논 파병도 검토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때처럼 의료·공병 부대를 먼저 파병하는 수순을 밟겠지만 레바논 파병도 레바논의 평화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레바논 평화유지군은 이라크보다 더 복잡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예를 들어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다면 우리는 이스라엘 군대에 총을 쏠 것인가? 무장 해제를 거부하는 헤즈볼라 요원들을 향해 유엔 결의안 준수를 들먹이며 총부리를 들이댈 것인가?"
"이스라엘 침공 전에도 레바논에는 2천 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존재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어기고 침공해 민간인 1천여 명을 죽이는 동안 평화유지군은 그저 방관만 할 뿐이었다."〈시사저널〉882호)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자이툰 파병 연장 시도뿐 아니라 부시의 또 다른 전쟁들을 지원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 최근 자이툰 철군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9월 7일치 〈경향신문〉여론조사를 보면, 무려 77.5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이툰이 철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자이툰 철군안이 준비되고 있다. 반전 운동은 이런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조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