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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총선 결과가 보여 주는 것

9월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온건당의 프레드릭 라인펠트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48.1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1.9퍼센트라는 근소한 득표 차이로 중도좌파를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 1994년 이후 12년 간 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가 패배한 것이다.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패인은 온건당의 '중도화'전략이 통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 것이다. 1994년 집권 이후 사민당은 재정적자와 대외부채 해소가 최우선이라며 사유화와 연금 축소, 교육·의료 부문 규제 완화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스웨덴 한인 교민의 말을 빌면 "세금은 더 내는데, 의료비의 자기 부담률은 갈수록 높아져 복지 수준은 훨씬 떨어졌다."

사민당은 증가하는 실업률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는 낮은 편이라고 강변해 우파연합이 파고들 여지를 줬다.

결국 스웨덴 사람들은 야금야금 복지를 축소하는 사민당과 '복지 축소 후 일자리 창출로 복지를 유지하겠다'는 우파연합 사이에서 억지춘향식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다.

공산당의 후신인 좌파당은 복지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그 동안 줄곧 사민당을 지지해 온 것 때문에 지지율이 8.3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떨어졌다.

주요 패인은 아니었지만 사민당 정부의 오만한 인사 정책이나 2004년 쓰나미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도 사민당의 패배에 한몫 했다.

온건당은 자신들이야말로 '스웨덴 모델'의 옹호자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당"이라고 노동계급을 무마한 덕분에 가까스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라인펠트는 "복지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대기업들의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조차 "[사민당의] 페르손 총리는 이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장을 준비할 때가 됐지만 스웨덴 모델은 아직 그럴 때가 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스웨덴 우파연합은 "국민 개개인에게 좀더 많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법인세 절반으로 인하, 부동산 보유세 폐지, 실업수당 축소,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

민영화

한국의 우파 언론들은 스웨덴 국민 대중이 복지 모델을 폐기했다고 제 논에 물 대기 식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스웨덴식 복지 모델을 전범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기 바빴다. 노무현 정부가 '비전2030'이 "적정부담·적정복지"인 반면 스웨덴 모델은 "고부담·고복지"라고 깎아내리는데도 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지출이 8.6퍼센트로 스웨덴(28.9퍼센트)은 고사하고 멕시코(11.8퍼센트)나 터키(13.2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에서 "복지와 분배만으로 이제 안 되고 시장과 경쟁의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우파들의 주장은 실로 역겹다.

스웨덴 복지에 대한 공격이 강해질수록 스웨덴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 사용자연맹(SAF)이나 온건당은 급속한 복지 해체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을 원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단계를 밟아 이런 정책들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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