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 - 미국의 대중동전략 지지에 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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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민주노동당도 환영 논평(박용진 대변인)을 보탰다.
그러나 반기문이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고 지난 2004년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죽어갈 때조차 이라크 파병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못박은 당사자라는 점에서 민주노동당 대변인 논평은 유감이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이 이라크 파병 재연장 반대 당론을 확정하고 전당적 사업으로 확정한 마당에 당 대변인이 주류 언론의 호들갑에 영합한 것은 당혹스럽다.
애당초 '총장직 순환보임 관행 반대'입장을 내고 폴란드 전 대통령 알렉산데르 크바니에프스키를 후보로 거명하는 등 한국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출마를 공공연히 반대하던 미국이 지난 7월 이후 확실한 지지로 돌아선 것이 반기문의 당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토퍼 힐과 미국의 유엔 대사 존 볼튼이 공공연히 반기문을 지지한다는 발표를 하는가 하면 부시는 지난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 직전 반기문과 면담을 나누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등 미국 내 일부 언론의 반기문 지지 '재고'요구에도 크리스토퍼 힐이 진화에 나섰다.
물론 여기에는 아시아 출신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인도를 견제하는 중국이나 친미 노선을 걷는 폴란드에 반대하는 러시아 등 다른 상임이사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라크 전쟁부터 최근 레바논 파병 문제까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한 "아시아의 핵심 우방인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포석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9월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세계적인 차원의 테러 대응에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다"고 한 부시의 인사는 현재 한미동맹의 중심축이 미국의 대중동 전략을 놓고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9월 14일 한미 정상회담 며칠 뒤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레바논 팀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다. … 이라크에 한국군을 유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봤을 때 미국의 반기문 지지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레바논 전쟁을 일관되게 지지한 한국에게 보내는 부시의 답례인 듯하다. 심지어 반기문을 마뜩찮아 하던 영국도 미국이 직접 나서서 설득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확정된다면 미국의 전쟁을 도와주기 위한 그의 노력이 임기 내내 계속될 공산이 크다. 그를 세계 반전 운동의 공적(公敵) 명단에 올리는 것은 한국 반전운동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