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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을 구실로 이란 공격 위한 압력을 높이는 부시 정부

북한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부시는 북핵 '보유'에서 '이전'으로 관심이 이동했음(이른바 '레드라인')을 내비쳤다.

부시 정부는 2003년에 분명히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3년 반 뒤에 "핵무기와 핵물질의 이전은 미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후퇴는 부시 정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레드라인'정치적으로 꼭 지켜야 할 안전 한계) 변경은 북한 핵무기를 이전받을 수 있는 대상국 가운데 하나인 이란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 이란을 손보지 않으면 핵무기를 이전받아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광들은 북한 핵실험을 이란 공격을 위한 압력 증대 구실로 사용하고 있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댄 질러맨은 북한 핵실험 직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제 곧 이란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미국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서둘러 채택한 것도 이란과 관련이 있다. 유엔 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 주[16일에 시작하는 주]부터 이란 핵 개발 문제를 놓고 안보리가 본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상임이사국 간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부시 일당이 떠들썩하게 내뱉는 거친 말들과는 달리, 미국은 지금까지처럼 북한에 대해 별 뾰족한 대책을 시도하지 못할 수 있음을 뜻한다. 호주 출신의 한반도 핵 전문가인 피터 헤이즈에 따르면 "미국에게는 북한 핵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다른 관심사가 있[다.]" 현재 부시 정부의 훨씬 중요한 다른 관심사는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의 초점인 중동이다.

사실, 중동의 중요성은 부시 정부 동안 새롭게 부상한 것이 아니다. 2000년 클린턴 방북 계획이 무산된 것도 그 중요성이 중동 협상에 밀렸기 때문이다.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웬디 셔먼은 안문석(《북한이 필요한 미국 미국이 필요한 한국》의 저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동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은 평양에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온 게 아니라 여력이 없어 다루지 못해 온 것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수 있다. "의도적 무시 전략"이라고 다소 도도한 이미지로 포장된 부시의 대북 정책은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임시변통" 또는 "무대책"이라고 하는 편이 차라리 정확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려)는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한반도에 사는 한 한반도 문제를 우선에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라크 전쟁이 눈앞에 있던 2003년 초에조차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미국 제국주의는 세계를 대상으로 투쟁하며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부시가 지금 주력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제국주의가 거기서 패배한다면 북한을 압박할 힘은 더 약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