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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위기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봉쇄 강화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치 세력인 하마스와 파타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이스라엘의 점령과 봉쇄 강화이다.

지난 6월 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의 이스라엘 병사 체포를 빌미 삼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세를 새로 시작했다. 그 뒤 석 달 동안 52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백7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됐고 1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이 발전소를 파괴한 탓에 1백4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루 몇 시간밖에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하수 체계마저 완전히 붕괴돼 전염병 창궐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6월 이전부터 실시돼 온 혹독한 경제제재다. 올해 초 이슬람주의 저항운동단체인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제공해야 할 최소 1억 달러 가량의 원조를 취소했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돌아가야 할 조세 수입까지 가로챘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하마스 지지에 대한 이스라엘과 서방 강대국들의 야비한 보복 조치였다.

경제제재 때문에 가뜩이나 높았던 실업률이 더욱 치솟았고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급증했다. 팔레스타인 노동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 그리고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의 거의 유일한 경제 활동 집단이라 할 수 있는 ― 공무원들조차 6개월이 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와 파타 사이의 갈등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고조된 것이다. 지난 1일 두 세력 간의 총격전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충돌은 새로운 국면에 이르렀다.

서방 정부와 주류 언론들은 이러한 위기 고조의 책임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경찰과 공무원들의 시위를 해산하려 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원조와 조세 수입의 양도를 거부함으로써 하마스 정부를 위기로 내몬 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과 서방 열강이다.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인 홍미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서방의 봉쇄와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에 아무런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재정에 대한 통제권은 현재 팔레스타인 보안경찰과 공무원들의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타 소속의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에게 있다. 압바스는 이 자금을 틀어쥔 채 하마스 정부 압박에 이용하고 있다."

경제 상황 악화와 임금체불의 책임을 하마스 정부에 떠넘긴 채 하마스의 양보, 즉 이스라엘에 대한 굴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충돌

지난 6월 말 재개된 이스라엘의 공세와 봉쇄 이후 그 동안 파타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통합" 정부 구성을 하마스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파타가 내건 조건은 이스라엘 국가 공식 인정, 폭력 포기, 이전의 모든 "평화" 협정 인정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이다. 시리아에 있는 하마스 지도자 무함마드 나잘은 지난 10일 "하마스는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는 게 아니라 수정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타는] 우리[하마스]를 온건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몰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타는 하마스가 자신들의 조건에 따른 "통합" 정부 구성을 거부할 경우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새로 실시할 수 있다고 거듭 위협해 왔다.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두 세력 간의 충돌은 엄청나게 격화될 것이다. 이 달 초 중동을 방문한 미 국무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압바스를 만나,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원조 재개가 아니라 압바스의 대통령 경호부대 강화·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총 2천6백만 달러 중 9백만 달러 우선 지급)을 약속했다. 이것은 미국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 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려는 이스라엘과 미국 ― 그리고 압바스가 이끄는 일부 파타 세력 ― 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단결 염원은 여전히 강력하다.

홍미정 교수에 따르면,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 파타와 하마스 간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 때문에 두 세력 간의 충돌이 더는 확산되지 않을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위기와 참상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이스라엘의 공세와 봉쇄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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