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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우석균의 메스를 들이대며:
한미FTA 반대 운동은 숨을 고를 때가 아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봉쇄를 결의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 봉쇄와 동시에 남한의 사회운동에 대한 봉쇄도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군사적 위기가 조성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운동이다. 이라크 한국군 파병연장이나 레바논 파병도 한미동맹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선전될 것이다.

또, 11월 '총궐기'를 앞둔 시점에서 속도를 내도 모자랄 한미FTA 반대 운동에도 북핵 문제는 당연히 악재이다. 벌써부터 한미FTA 협상은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한미 양국은 별도 협상조차 주의를 끈다며, 아예 화상회의로 '쟁점 사항'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북핵 위기로 다른 사회적 의제가 가려져 있는 이 때가 한미 양국 정부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한미FTA 반대 운동이 숨을 고를 때가 아니다. 힘을 내야만 한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낼 것인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대중들에게 더 공개적이고 광범하게 한미FTA 협상이 중단돼야 함을 알리는 것이다. 부산에서 과감한 길거리 '대중 선동'과 여기에 수만 명의 시민이 호응한 것은 한미FTA 반대 운동이 대중운동으로 전환돼야 할 필요가 있고 또 그것이 가능함을 잘 보여 주었다. 운동이 더 과감하게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

필자가 한미FTA 관련 모임에서 발제자나 연사로 나선 지 6개월쯤 됐다. 대중과 호흡이 잘 맞은 때도,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대중의 호응이 있었던 연설이나 강연은 항상 몇 가지 요소와 결부돼 있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 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구체적 폭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추상적 설명보다는 구체적 예가 더 효과적이다. 한미FTA가 교육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설명한다면 아마 줄거리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미국은 미국 시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에 연세대가 미국 수능시험을 대학입시에 넣으려 한다. 지금은 교육부가 이를 못하게 막을 수 있지만 한미FTA가 타결되면 못 막는다. 지금도 얼마나 과외비용이 많이 드나? 그런데 미국 수능시험 사교육까지 받아야 할 판이다. 고등학교 수험생 둔 부모님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한미FTA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업평가시험을 한국에 다 개방시킨다. NCLB(No Child Left Behind)가 그것이다(이 시험을 주관하는 회사가 부시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인 맥그로우힐이라는 회사다). 한국의 사학재벌들은 등록금 높여받을 수 있으니 대환영이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아예 미국 사교육까지 시켜야 할 판이다.'

최근에 한 토론회에서 한 노동자는 필자에게 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말하지 못하는지를 질책했다. 맞는 말이다. 폭로를 위한 구체적 사례들을 모으고 대중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둘째, 정치적 입장의 올바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미FTA를 현재의 전체적인 상황과 별도의 사안으로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미FTA를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앞서 든 교육의 예를 본다면 지금 벌어지는 사교육의 폐해, 강남 8학군의 서울대 입학률 같은 교육 불평등과 이를 더 심화시킬 한미FTA를 연결시켜야 한다.

대안

정치적 입장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대안 문제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 조급성을 지적하거나 양극화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은 데 비해 한미FTA 자체는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많다. 각론에서는 반대가 많지만 총론에서는 '한미FTA 반대는 쇄국'이라는 정부 선전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운동 진영 일부에서는 '졸속 추진'을 주 공격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한국의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의 역사가 길지 않으며 FTA 반대 운동도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대안 논의는 사회운동 내에서도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다. 대중은 '신자유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만을 듣고 있다.

운동의 초기에는 체제 내 반대파의 주장이 흔히 대중운동의 주장이 됨을 상기하자. 신자유주의 반대가 쇄국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되 그 대안을 '우리는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FTA는 안 된다'고 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은 불필요한 타협일 뿐 아니라 한미FTA가 FTA 플랫폼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도 아니다.

오히려 한미FTA 졸속 추진 등의 사실을 FTA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유연하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운동 초기에 더욱 어렵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 운동이 서로 주장이 다른 운동들의 대오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은, 운동 진영의 입장 통일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여러 운동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의 필요에서 출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의와 자신감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쌀과 영화만을 이야기했던 한미FTA 반대 운동이 필수적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나 교육·의료 양극화, 환경의 악화 같은 신자유주의 일반의 문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얼마나 많이 이동했는가? 또, 기업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 공간이 이처럼 열렸던 적이 있었던가?

상황이 어려울 때 항상 이를 타개하는 것은 앞서 있는 사람들의 결의였다. 필자가 보기에 한미FTA 반대 운동의 진전이 가르쳐 주는 것은 대중의 고통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대중의 심리적 공황보다는 작게,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한 대중적 불만과 사회운동을 위축시킬 정도로는 크게, 적절히 통제하려는 정권의 공작이 한창이다. 상황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것은 또다시 반전평화 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강화라는 길뿐이다. 제주에서의 4차협상을 앞둔 지금, 11월의 투쟁을 앞둔 지금, 한미FTA 반대 운동은 숨을 고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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