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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 빈민의 친구인가 신자유주의의 친구인가

주요 NGO들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NGO들이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운동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묵인하거나 심지어 직접 그 정책을 입안하는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요 NGO들은 종종 사유화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비난하거나 '대기업 노동귀족'론을 펴며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돕기도 했다. 최근에는 4대보험 통합이나 양극화 해소 대책,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어긋나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변, 민교협 등 주요 NGO들의 임원들이 직접 정부 관료로 진출하는 비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점점 커져 왔고, 상당수 장관직에 이 단체 임원 출신 인사들이 임명됐다.

그러다 보니 단지 우익들의 눈에만 주요 NGO들이 "친정부 성향의 편파적인 단체들"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그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NGO 출신 정부 각료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NGO들로 향하기도 한다.

또, 주요 NGO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이나 포스코 등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각종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 후원의 밤 행사처럼 NGO들이 공공연히 정부 관계자들이나 기업주들의 후원을 받고 '친밀한'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이런 반감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 글은 영국 NGO를 사례로 다룬 것이지만, 한국 NGO 활동가들과 그들이 참여하고 있는 더 광범한 운동의 활동가들에게도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지난 30년 동안 비정부기구(NGO)들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NGO는 대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거나 기본적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비영리 기구로, 흔히 남반구[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서 활동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국제 NGO는 대략 3만 7천 개로 추산되는데, 그 중 5분의 1이 1990년대에 결성됐다. 한 나라 안에서만 활동하는 소규모 NGO는 훨씬 더 많은데, 인도에만 대략 1~2백만 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NGO의 성장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전 세계적 확산과 동시에 이뤄졌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가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주류 NGO들이 신자유주의에 순응했다. 데이빗 하비(David Harvey)가 쓴 《간략한 신자유주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는 이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한 책이다. NGO의 관심사인 보편적 인권과 개인 주권[국가 주권이 아니라] 같은 미사여구가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관 속으로 흡수돼 국가 개입의 범위를 제한했다. 하비가 지적하듯이, 이것은 "NGO에 의한 사유화"를 통해 국가 영역의 축소를 가속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NGO가 정부를 대신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모든 NGO를 신자유주의의 공범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반자본주의 [운동]의 성장은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수의 NGO들, 예컨대 '워 온 원트'War on Want)['빈곤과의 전쟁'― 영국의 국제 구호 단체]는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운동에 열의를 가지고 뛰어들었다. 많은 NGO들은 전통적인 자선 사업을 강조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운동과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다른 NGO들은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을 점차 신자유주의 정책 수용과 연결시켰다.

옥스팜(Oxfam)[영국의 국제 구호 단체]은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국제 NGO 가운데 하나로서, 지난해 '빈곤을 역사의 유물로 만들자'Make Poverty History) 운동을 주도했다. 옥스팜은 국제금융지원제도(International Finance Facility) 같은 노동당의 수상쩍은 계획들을 지지함으로써 다른 많은 개발 기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세계개발운동(World Development Movement)은 이 계획이 일종의 "빈민용 민자유치사업(Private Finance Initiative)"이라고 옳게 비난한 반면, 옥스팜은 그 계획이 "지속가능한 개발 재원을 확보하기"위한 "혁신적"수단이라며 장려했다. 영국 정부가 임명한 아프리카위원회(Commission for Africa)가 아프리카 대륙의 불행을 치유할 만병통치약으로 사유화와 자유무역을 제시한 장문의 보고서를 출판했을 때, 가장 먼저 이를 칭찬하고 나선 단체 가운데 하나가 옥스팜이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전에 '빈곤을 역사의 유물로 만들자'연합체 안에서 점차 좌절감을 느낀 NGO들은 옥스팜과 정부 사이의 '회전문'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옥스팜의 정책·홍보국장이었던 저스틴 포사이스(Justin Forsyth)는 토니 블레어의 국제 개발 담당 특별 고문이 됐다. 고든 브라운[영국 재무장관]의 경제 고문인 쉬리티 바데라(Shriti Vadera)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 개발에서 핵심 구실을 했고, 지금 옥스팜의 이사로 재직중이다. 또 다른 홍보국장 출신 존 클라크(John Clark)도 옥스팜을 떠나 세계은행으로 갔고, 토니 블레어의 아프리카 담당 고문이 됐다. 옥스팜이 포사이스 후임자 후보들을 인터뷰했을 때, 인터뷰 심사위원들 가운데 절반이 노동당 각료들의 고문이었다.

NGO는 자신의 목표를 권력자들의 목표와 맞출 수 있다면 정치인들이나 언론에 접근하기도 쉬워지고 중요한 기금 모금도 쉬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애써 거리를 두려 하지만, 권력과 명성의 매력은 아주 크다. 옥스팜은 기금의 4분의 1을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한테서 직접 받고, ‘국경 없는 의사회’는 기금의 거의 절반을 다양한 정부 재원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NGO들은 점차 북반구 정부들과 정치적·이데올로기적으로 밀착하게 됐다. 예컨대, '국경 없는 의사회'는 남반구의 인권 보장을 위한다며 '인도주의적 개입'을 지지했다. 이 때 그들은 영국과 미국 정치인들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세르비아에 대한 최근의 군사 작전을 정당화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편적 인권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데이빗 챈들러(David Chandler)는 《코소보에서 카불까지》(From Kosovo to Kabul)라는 책에서 "윤리적"개입을 지지하는 주장들을 추적하며, 어떻게 사회·정치 운동들의 붕괴 때문에 남반구 사람들이 수동적 피해자로 묘사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그 때문에 남반구 사람들은 계몽된 외부인들의 지원에 철저하게 의존한다고 여겨진다. 그 지원이 NGO들의 지원이든 북반구 정부들의 지원이든 상관 없다.

우리는 NGO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근본적으로, NGO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자본주의의 전복이 아니라 개혁을 추구하는 다른 기구들에 대한 태도를 반영해야 한다. NGO들은 신자유주의 정부들과 협력하면서, 작고 점진적인 변화들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NGO들은 더 고귀한 인도주의적 대의명분 쪽으로 각국 정부들을 끌어당기기는커녕 이윤과 착취 위주로 조직된 체제의 궤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위험하게도, 일부 NGO들이 급진적 비판을 포기하고 북반구의 신자유주의 정부들에 흡수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신자유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닦기가 더 용이해졌다.

이에 맞서 사회주의자들은 빈곤과 비정함이 세계 자본주의의 맥락 속에 있음을 이해하는 세계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반대 정치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권리는 "인도주의적"개입으로 강요하거나 만들어낼 수 없다. 권리는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NGO 활동가들이 더 광범한 운동의 일부로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대중 자신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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