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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와 베네수엘라의 '느린 혁명'

얼마 전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당대 출판사)가 출판됐다. 다음은 이 책의 저자 리처드 고트가 우고 차베스의 정치와 '볼리바르 식 혁명'의 전망에 대해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와 인터뷰(2005년 2월)한 글을 번역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된 뒤 우고 차베스는 어떤 종류의 정책들을 실행해 왔습니까?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혁명이 진행중입니다. 그것은 느리게 진행되는 혁명, 독특한 종류의 혁명입니다.

차베스는 민주주의 제도들을 활용하는 민주적 대통령입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낡은 정치 체제가 무너진 1998년에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집권했습니다.

차베스는 1999년에 급진적인 새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헌법은 베네수엘라 석유공사가 국가 소유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이를 강화했습니다.

차베스는 토지개혁도 실행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도시화한 나라이지만, 토지개혁은 여전히 상징적 중요성이 있습니다.

차베스는 2001년 11월 처음으로 급진적 법령들을 대거 공포했습니다. 그것은 차베스가 단순한 개량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보여 준 첫 조처였습니다.

이런 법령들은 소규모 신용은행 설립뿐 아니라 석유산업·토지개혁·주택산업·어업 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 조처들은 중요한 개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차베스 반대 세력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거리 시위 등 반정부 활동을 강화했습니다. 한때 차베스 편에 빌붙던 사람들이 대거 반정부 진영으로 넘어갔습니다.

반정부 세력들은 군장성들과 진지하게 교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쿠데타를 모의했고, 실제로 2002년 4월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쿠데타는 24시간이 채 안 돼 실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도 반정부 세력들은 두 차례 더 차베스를 전복하려 했습니다. 2002년 말 석유공사 등의 직장폐쇄와 2004년 8월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둘 다 실패했습니다.

차베스가 그토록 인기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가 계속 우익들을 성공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요?

차베스는 추종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차베스 정부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평범한 대중이 많이 사는 빈민가에 더 많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자원이 있습니다. 1976년에 석유공사가 국유화됐지만, 석유공사를 지배해 온 사람들은 그 동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석유공사를 운영했습니다.

석유공사가 벌어들인 돈은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회사 자체에 남거나 미국과 유럽에 투자됐습니다. 베네수엘라에 재투자된 돈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2002년 말 직장폐쇄가 실패한 뒤 직장폐쇄 가담자들은 모두 해고됐습니다. 석유공사의 고위 경영진을 포함해 전체 석유공사 노동자의 약 절반인 1만 8천 명이 해고됐습니다.

수도인 카라카스에 위치한 석유공사의 으리으리한 건물들도 인수됐습니다. 이 건물들은 빈민가 주민들을 교육하는 '볼리바르 식 대학교'로 변모했습니다.

차베스는 보건의료와 교육, 특히 빈민을 위한 보건의료와 교육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주변화돼 있던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안 체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흥미롭고 개방적입니다. 그리고 차베스에게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는 분명히 2006년 [12월 3일] 대선에서 재선돼 6년 임기를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차베스를 라틴아메리카의 "부정적 인물"로 묘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차베스는 그 동안 항상 반(反)제국주의 발언들을 했습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강요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발언들을 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재앙을 가져왔고, 생활수준이 급락한 대다수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해 왔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베스에게는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대안 강령이 있습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또, 그는 1990년대에 산유국들의 기구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되살리는 데 일조했습니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최근[2005년 2월]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수준입니다. 차베스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싼 값에 쿠바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이 뭔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좌파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미국이 여전히 차베스 전복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이 쿠바나 베네수엘라를 침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지금 자신이 중동에 발이 묶여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중동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입니다. 라틴아메리카는 나중의 과제입니다.

2005년 1월 세계사회포럼(WSF)에서 차베스는 21세기의 사회주의를 말했습니다. 그가 점점 더 급진화하고 있습니까?

차베스는 시간이 갈수록 더 급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전에는 꽤나 여성 차별적이었지만, 이제는 여성 해방 편에 서 있습니다. 그는 항상 좌파에 우호적이었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베스는 2년 전 포르투 알레그레 WSF에서 급진적 연설을 했습니다. 올해[2005년] 연설은 훨씬 더 급진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에 사회주의자였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쿠바 혁명을 지지하는 볼리바르주의자, 휴머니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차베스가 매우 독창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칠레의 전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나 쿠바 혁명의 주역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등과 다른 부류의 인물입니다. 그들은 항상 더 공공연하게 마르크스주의를 말했습니다.

차베스가 '볼리바르 식 혁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려 할 때 어떤 문제들에 부딪히게 될까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개혁 강령 자체의 문제점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3년 뒤에도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차베스는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청사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차베스는 대중이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하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을 사회로 끌어들이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베스가 대통령 소환 국민투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이주해 온 경제적 이민자들 2백만 명에게 시민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또, 유권자 등록 운동이 대규모로 벌어졌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투표해 본 적이 없는 빈민가 거주민들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정치 무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반정부 세력들은 국민투표 뒤에 지리멸렬해졌지만,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더 장기적으로, 그들은 베네수엘라 사회를 우경화할 수 있는 대안적 제안들을 제시할 정당을 조직할 것입니다. 준(準)군사적 단체들도 나타날 것이고, 소규모 폭력 사태나 암살 사건도 벌어질 것입니다.

차베스는 이런 문제들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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