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중간선거 패배:
향후 전망과 반전 운동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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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당선에 엄청나게 기여한 반전 운동의 기대를 간단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부시를 괴롭게 만들 정책을 한동안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대선에서도 반전 여론이 민주당 지지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따라서 의회는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 의회가 곧 이라크 전쟁을 종결시킬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먼저, "부시는 끝났다"는 주장은 시기상조다.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여전히 부시 정부이고, 선거 직후 부시는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승리하는 것이다" 하고 선언했다.
또, 이라크 문제에서 민주당은 모순돼 있고 분열해 있다. 근본 원인은 민주당이 미국 제국주의의 또 다른 관리자 입장에서 이라크 문제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는 11월 11일치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민주당의 당면 과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라크로부터의 단계적 철군안과 이란·북한에 관한 다른 국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부시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 [이와 동시에] 미국이 결코 위협에 굴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대안의 모호함
그러나 미국 군대가 중동의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열쇠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11월 9일치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지적처럼 민주당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미군 병력의 합리적 재배치'를 말하지만 … 무엇이 합리적 재배치인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근 부시와 민주당이 모두 주목하고 있는 '이라크 스터디 그룹'이하 '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의 총지휘자인 전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부시 정부의 정책과 이라크로부터의 때 이른 철군" 사이에서 '중용'을 취하겠다고 말한다.
당분간 부시는 눈치를 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그룹'의 혼란 덕분에 결국 부시의 운신의 폭은 다소 넓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시는 만회를 위해 두 가지 '짓'을 더 저지를 수 있다.
하나는 미국 제국주의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이번 호 크리스 하먼의 글 참조 - 편집자). 그러나 어떤 계획도 미군에게 '승리'나 명예로운 '탈출 전략'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고, 절망적 상황에서 이란으로의 확전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부시 정부의 이란 확전 기도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쟁 패배로 한 번 상처입었고,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만약 부시가 이란으로 확전한다면 정치적·군사적 재앙이 될지 모르고 지금은 먼 가능성처럼 보일지라도 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그룹'의 일부로서 이란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직 이라크에 있는 미국 제국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협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국이 중동 패권을 유지하면서 이라크에서 '명예롭게'후퇴하는 것이 실패할 때 부시만큼이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갈구할 것이고 확전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부추기는 두번째 환상으로, 최근 이른바 '현실주의자'신임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2004년 외교관계위원회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주장한 것이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게이츠는 협상을 요구하면서도 외교 관계의 정상화는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테러리즘'지원을 중단해야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분명히 압박 정책의 여지를 남겼다.
사실, 게이츠는 매우 호전적인 인물이다. 1994년 그는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1997년에는 이라크를 맹렬히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셋째이자 마지막 환상과 관계 있는 것으로, 반전 운동은 대량학살의 지속이나 확전이 점령군의 부분적 철수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부분 철군안을 흘리고 있는데, 반전 운동은 모든 점령군이 완전히 철군할 때까지 절대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한다.
베트남의 사례가 교훈을 제공한다. 닉슨은 1969년 7월에 2만 5천 명의 미군을 철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닉슨은 그 해 3월부터 캄보디아를 비밀 폭격해 왔고, 1970년 4월에 캄보디아 침공을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1970년에 민주당이 전쟁 예산 승인을 중단했던 것은 전투적인 반전 운동의 압력 때문이었다. 지금 전쟁광들은 구석에 몰려 있고 세력균형은 반전 운동에 매우 유리하다. 이란 확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군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것을 위해 베트남 전쟁 말기와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세계적 반전 행동을 끈질기게 건설해야 한다.
정치의 중요성
민주당의 승리는 미국 비조직 노동계급(그 중 특히 백인 노동자들)이 우파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2004년 대선 때 일부 진보진영의 평가가 섣부른 것이었음을 보여 준다.
노동계급의 비율이 높은 인구 집단이나 인종 집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급증했다. 18∼29세 청년층의 투표율이 크게 늘었고 이 중 61퍼센트가 민주당을 찍었다. CNN 출구조사를 보면, 하원의 경우 라틴아메리카 이주민 투표자의 69퍼센트가 민주당을 찍었다.
그러나 진보 정치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맹아로만 존재한다.
라틴계 이주노동자들은 민주당을 찍었지만 민주당은 일관되게 그들의 이익을 방어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라틴계 유권자를 민주당 지지로 동원하려는 계획은 상당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애초 기대에 비해 3백만 명이나 부족했다.
보수적 개신교 노동계급 중 상당수는 여전히 공화당을 찍었고 7개 주에서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주(州) 헌법 개정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것은 공화당의 승리를 보장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공화당 우파가 일부 노동계급 내에서 계속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계급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계급 중 일부는 자신의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릴 수가 있다.
이들 모두는 독립된 진보 정치의 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이다. 민주당은 다양한 노동계급 집단들의 계급적 단결을 이끌어 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빈곤과 실업 등 민생 문제를 다룬 방식은 계급 정치가 아니라 주로 보호무역주의에 근거한 포퓰리즘 정치였다. 민주당 후보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일부 '사회 쟁점', 특히, 낙태와 동성애에서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미국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즉각 혹은 몇 개월 내 완전 철군을 바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다.
결국 이번 중간선거는 전쟁과 계급 문제에 기반한 투표의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보수화한 민주당이 급진화하는 대중의 표를 그러모은 역설도 나타났다.
대중의 급진화를 수용할 수 있는 독자적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2004년 이후 미국 반전 운동 주류가 독립된 정치적 축을 건설하는 과제를 방기하고 민주당을 지지해 왔고, 올해 폭발한 라틴아메리카 이주노동자 운동도 마찬가지 노선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에도 영국의 리스펙트 같은 포괄적·상설적 공동전선이 존재해서 반전 운동 중 급진적인 부분과 미국 노동계급 운동 중 가장 역동적인 라틴아메리카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나로 연합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