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엄마’ 신디 시핸 인터뷰:
우리 병사들을 즉각 철군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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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번 방한의 목적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미국의 군국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대중을 동원하는 것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어떻게 반전 운동가가 됐는지, ‘캠프 케이시 운동’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해주시겠습니까?
제 아들 케이시가 죽은 후, 다른 어머니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제 의무라고 느꼈고, 그래서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8월] 조지 W 부시가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고, 저는 부시가 머무는 곳에 가서 그와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크로포드 목장에 갔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부시가 대화를 거부했을 때 저는 부시가 나올 때까지 목장에 머물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계속되는 죽음 앞에서 너무나 분노했고 신물이 났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이 거짓말에 근거해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라크에서는 날마다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만 24명의 미군과 수백 명의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죽었습니다.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부시 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에 미군 2만 명을 증파하겠다고 합니다. 이라크 상황이 부시 뜻대로 될까요?
그것은 부시가 이라크에서 뜻하는 바가 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부시의 목표가 혼란과 파괴, 그리고 전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라면 그는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궁극적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면서 승리를 얻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라크에서 ‘승리’란 없을 것이고, 우리 병사들을 즉각 철군시켜야 합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 드디어 철군 논의가 미국 주류 정치권까지 확산된 듯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라크전에 반대하거나 미군 철수를 요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라크 철군을 일관되게 요구할까요? 또, 반전 운동은 철군 논의가 공론화된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다수의 미국인들이 철군을 원합니다. 저는 이라크 전쟁이 당파적인 쟁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라크 전쟁은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문제입니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전쟁을 지지한다면 우리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병사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민주당 의원 중 [완전] 철군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철군을 원하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가 민주당을 당선시킨 것은 민주당의 의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니까요.
“부자들만을 위한 당”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대표하는 독자적 제3당을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정당의 건설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에는 공화당이나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정당이 있어야 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정당입니다. 차이는 거의 없고, 둘 모두 기업, 부자와 특권층을 대변합니다. 그래서 미국에는 대중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부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인구의 1퍼센트 정도죠. 따라서 대중이 원하는 일을 하고 변화를 이룩할 또 다른 정당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변화를 이룩하거나 대중을 대변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 규모로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정부가 부시 정부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정부는 미국에서조차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존 하워드 정부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 등 몇몇 정부들이 왜 그렇게 인기가 없는 부시를 여전히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한 것은 잘못이고, 한국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 동조한 것도 잘못입니다. 아마 미국인들이 조지 부시를 정치적으로 심판한 것처럼 한국인들도 한국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심판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해 우고 차베스와 함께 연설하신 것을 봤습니다. 베네수엘라 방문 경험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베네수엘라 정부의 초청을 받아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전 세계 수만 명이 참가한 환상적인 행사였습니다. 저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했고, 차베스가 연설한 집회에서 다른 나라의 반전 활동가, 사회 운동가 들과 함께 연단에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의 초대로 대통령궁을 방문했고, 그가 진행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저지르는 짓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기업 식민주의, 기업 제일주의와 군국주의를 퍼뜨리고 있는지 말이죠.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세계인들과 함께한 것은 저에게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개혁을 단행했고, 의료와 교육 정책을 통해 베네수엘라 빈민들의 삶을 개선했습니다. 차베스는 국가의 자원, 석유를 이용해서 좋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차베스가 석유로 얻은 부를 사용하는 방식을 지지합니다. 그는 그런 부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국가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자신의 볼리바르 식 혁명을 실현하기 위해서죠.
라틴아메리카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부들이 당선되고 있고,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들이 패배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라틴아메리카인들은 “우리는 더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야. 미국이 형편없는 상품들을 우리 시장에 투매하는 것을 더는 원하지 않아. 우리는 독립적 국가가 될거야” 하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라틴아메리카가 노동자·빈민·농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단결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침 12월 3일에 이라크 점령 반대와 한국군 철수를 위한 반전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스스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힘이 없을 것입니다.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힘을 발휘하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1년 전보다 철군을 성취하기 훨씬 더 유리한 조건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돼 있기 때문이죠.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거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 경험은 개인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는 힘이 없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국가의 지도자들이 아니라 시민들입니다. 우리는 그 힘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그 힘을 사용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