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시기 총투표 전술은 부적절한 정도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패배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총투표 전술은 시기 적절한 때 즉 정부가 협상테이블에 나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여 공무원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할 때까지 당분간 폐기처분되어야 합니다.
현 상태에서 총투표 전술은 분열과 혼란만 낳을 것입니다. 총투표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총투표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술이며 민주주의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경남지역에서 특별법수용 조합원 총투표를 하려고 할 때 김영길 전 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조합원 총투표에 붙이는 것은 사용자인 정부가 바라는 바로서 분열을 자초하여 힘의 약화를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라며 반대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조에서 조합원 총투표는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의사를 묻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현 총투표 제안은 사용자인 정부와 어떠한 협상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탄압에 굴복할 것인가를 묻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투표는 답이 불분명할 때 대중적 지혜를 모으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답이 명백할 때는 투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정의와 불의 중에서, 거짓과 진술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투표해야 합니까? 독약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투표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정부의 탄압에 굴복해 우리의 손발을 자르는 악법을 수용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투표로 결정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노무현은 2004년 총파업 당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깽판을 놓았지만 사실상 악법수용 총투표를 한다면 얼씨구나 하고 좋아하며 가결되도록 온갖 공작을 벌일 것입니다.
지난해 기아 자동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용역깡패가 투입 됐을 때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비정규직과 연대해서 싸우지는 않고 연대할 것인가 말까를 투표에 붙였습니다. 투표에서 연대 투쟁은 부결돼 버렸습니다. 지금도 기아차 노동자들은 이것을 자살투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살할 때가 아니라 조합원들을 설득해 연금법개악저지, 총액인건비제폐기, 구조조정 분쇄와 같은 생존권 사수투쟁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
동지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용기와 패기 지금이야말로 백배 천배가 더 필요한 시기입니다. 동지들 정말 힘냅시다. 대의원동지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같은 배를 탄 동지로서 그동안 함께 투쟁해 왔던 동지로서 말입니다.